[경제교육UP]학원 기업 학교서 어린이 금융강좌 붐

  • 입력 2005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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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대’나 ‘지대’가 어떨까요.”

“그게 무슨 뜻이니?”

“둘 다 ‘짱’과 같은 뜻이에요.”

24일 오후 5시 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경제 교육 전문기관 ‘휠리 스쿨’ 강의실. 강사와 어린이 5명이 3개월간의 수업을 시작하면서 먼저 팀의 이름을 짓느라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어리석은 교사(ST·Stupid Teacher)’ 등을 제안했지만 투표를 통해 ‘머니 투 머니(MTM·Money to Money)’로 결정됐다.

팀 이름이 결정되자 아이들은 신문의 주식 시세표를 보면서 각자 3개월 동안 집중 투자할 기업을 결정했다. 많은 아이가 평균 수명의 증가 등을 이유로 대며 제약회사 주식을 사기로 했다. 강사는 기업의 주가 변동표 등을 보여주며 아이들의 결정을 도왔고 아이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서울 송파구 가락초등학교 6학년 정소진(12) 양은 “경제를 배우니까 뉴스도 재미있고 신문 읽는 것이 즐거워졌다”며 “똑똑해지는 느낌이 ‘팍팍’ 든다”고 말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어린이 경제 교육의 현장이다. 최근 이처럼 학원, 학교, 기업 등에서 경제를 배우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경제교육 활발=다양한 기관에서 어린이 경제교육을 시키고 있다. 금융기관과 회사가 경제교육 강좌를 열거나 어린이경제신문, 아이빛연구소, 이코비 등 경제교육 전문 기관이 캠프를 개최하기도 한다. 또 JA(Junior Achievement)코리아, 한국은행,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대한상공회의소, 증권거래소 등은 직접 학교를 찾아가 특강을 열기도 한다. 어린이 경제교육 전문학원도 생겨나고 있다.

JA코리아는 대기업 회사원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한 경제교육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2003년 1만4000명, 2004년 2만여 명, 올 상반기 1만1000여 명이 학년별로 5주 과정 강좌를 들었다.

한국은행은 일선 초중고교를 방문해 지난해 경제교재편찬위원회가 만든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를 바탕으로 ‘청소년 경제 강좌’를 열고 있다.

증권감독원은 수도권 4개교, 지방 4개교를 금융교육 시범학교로 선정해 방문교육과 금융현장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일반 학교 특강도 실시하고 있다.

수도권 소재 초등학교 교사 50여 명은 경인교대 한진수 교수팀이 개발한 ‘SEC(Small Economy in the Classroom)’ 프로그램을 활용해 재량활동이나 특별활동 시간에 경제를 가르치고 있다.

인천 안남초등학교 3학년 은예숙 교사는 “2002년 2학기부터 매년 20∼25시간씩 아이들에게 경제를 가르치고 있다”며 “학부모들도 처음에는 의아해 했으나 아이들의 경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자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왜 경제교육인가?=한 교수는 “어릴 때의 경제교육은 단순히 돈을 버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리더를 키우는 과정이기도 하다”며 “그러나 학교 교육과정에서 경제 분야가 너무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어린이경제교실의 이광호 원장은 “아이들이 게임이나 모의 주식 투자 등을 통해 경제를 배우는 과정에서 논리, 창의력, 상상력, 협동력 등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가르칠까?=우선 가정에서 가르치는 ‘경제습관 교육’과 전문가에 의한 ‘경제이해 교육’은 구분해야 한다.

저축, 용돈 교육 등은 집에서 가르치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 입학 무렵에 통장을 만들어 주고 저축 습관을 가르치면 좋다. 용돈기입장을 쓰게 하며 용돈 쓰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다. 부모가 경제에 밝다면 직접 가르쳐도 된다. 미국 학교의 경제교육 기준(plaza.ginue.ac.kr/∼jshahn/EcEdu/Standards_US.htm)은 참고할 만하다.

또 아이의 취미와 수준에 맞는 경제 관련 책을 골라주거나 어린이동아의 경제코너, 어린이경제신문 등을 자녀와 함께 보며 대화하는 것도 좋다.

체계적인 경제교육을 하려면 관련 강습, 캠프나 전문기관에 보내는 것이 좋다. 다만, 경제 캠프나 학교 방문 특강은 시간이 너무 짧고, 경제단체나 관련 회사의 강좌는 대규모여서 개인별 수준에 맞춘 교육에는 한계가 있다.

한 교수는 “학교에서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학교장과 학부모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우리 실정에 맞게 연령별, 수준별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英, 요람서부터 펀드 가입…美선 초등학생 창업 지원▼

“태어날 때부터 경제교육을 시작하는 영국 정부의 세심함에 놀랐어요.”

1월 영국에서 아들을 낳은 정재은(29·여) 씨는 영국 정부로부터 신생아에게 지급되는 250파운드(약 50만 원)를 받자마자 ‘어린이 신탁펀드(Child Trust Fund)’ 가입을 권유받았다. 주식 채권 등으로 운용되는 어린이 펀드는 매달 추가 입금을 하되,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인출할 수 없다.

정 씨는 “아이가 자신의 펀드와 함께 자라면서 경제의 흐름을 배우도록 하자는 영국의 정책에 공감했다”며 “바른 경제생활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정부 주도로 초중고교에서 창업교육과 마케팅 수업 등 다양한 경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1994년 법률로 경제교육을 학교의 핵심 9개 과목 중 하나로 정하고, 정부와 비영리단체 미국경제교육협의회(NCEE)의 주체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근영 연구원은 “미국은 초등학교 때는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창업을 해보도록 하고, 고교생이 되면 마케팅을 가르친다”며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기본적인 경제 교육을 마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 다양한 창업활동을 지원한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도 금융교육을 학교 교과과정에 포함시키자는 논의를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초중고교의 경제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한다.

한국경제교육연구소 한명은 교육실장은 “유치원부터 체계적인 경제교육을 받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생활 방식은 천지차이”라며 “경제교육은 재테크 교육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와 합리적 선택을 가르치는 삶의 기초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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