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디 시핸씨 어머니 “나홀로 시위 당분간 중단합니다”

  • 입력 2005년 8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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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텍사스 주 크로퍼드 목장 입구에서 ‘나 홀로 시위’를 벌여 온 신디 시핸(48) 씨가 18일 고향 캘리포니아로 급히 돌아갔다. 이라크전쟁에서 아들(24)을 잃은 시핸 씨가 “부당한 전쟁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인 지 12일 만이다.

반전운동을 접었다거나 백악관으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어 고향으로 돌아간 건 아니다.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던 친정어머니(74)가 이날 갑자기 중풍으로 쓰러졌다는 급보가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시핸 씨는 성명서를 통해 “다시 돌아오겠다. ‘반전 어머니들’이 시위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은 ‘골드스타 머더스(Goldstar Mothers)’라는 반전 어머니단체를 만들어 크로퍼드 목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온 시핸 씨가 남편으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한 데 이어 어머니까지 쓰러지는 등 잇달아 개인적 불운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가 부시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마치는 9월 초까지 크로퍼드 목장 앞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를 반전운동의 아이콘으로 만든 것은 ‘어머니의 슬픔과 분노’라는 누구도 반박하기 어려운 공감대였다. 중태에 빠진 어머니 곁을 떠나 시위장으로 곧바로 돌아올 경우 ‘너무 정치적’으로 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의 시위는 이미 정치 이슈화하고 있다.

시핸 씨의 시위는 세 가지 감성코드가 맞물리면서 미국 내 반전여론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국가의 부름을 받아 전쟁터에서 사망한 병사, 어머니의 눈물, 대통령의 휴가지에서 시작된 시위…. 이 세 가지가 시위뉴스의 상업성을 한껏 높여 놓았다. 민주당 외곽조직이 그의 시위에 동조하면서 17일 미국 1600여 도시에서 6만여 명이 참가하는 촛불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딕 체니 부통령은 18일 전쟁 부상자 단체의 행사에 참석해 군인 유족에게 깊은 조의를 표시했다. ‘시핸 효과’가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한 시도였다. “테러와의 전쟁은 폭력이 수반될 수밖에 없고 죽음 또한 피할 수 없다. 미군은 고귀한 희생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였다.

“미국 중산층 TV 시청자들이 늘어나는 미군 희생자 수에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 전쟁의 승패는 결정이 났다. 베트남전쟁은 결코 정글 속에서 진 것이 아니다.”

‘어머니 시위’를 지켜보는 백악관 참모들은 아마도 1970년대 베트남전쟁 당시 워싱턴에서 나돌던 이 얘기를 떠올리고 있을지 모른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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