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마술사 카터, 악마를 이기다’

  • 입력 2005년 8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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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데이비드 골드. “십여 년 전 하딩 대통령의 장례 열차 이야기를 읽던 무렵 우연히 아버지로부터 ‘카터, 악마를 이기다’는 제목의 옛날 마술 공연 포스터를 받았는데 그때부터 마술사 카터 이야기가 내 속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황금가지
글렌 데이비드 골드. “십여 년 전 하딩 대통령의 장례 열차 이야기를 읽던 무렵 우연히 아버지로부터 ‘카터, 악마를 이기다’는 제목의 옛날 마술 공연 포스터를 받았는데 그때부터 마술사 카터 이야기가 내 속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황금가지
◇마술사 카터, 악마를 이기다/글렌 데이비드 골드 지음·조동섭 옮김/864쪽·1만9000원·황금가지

미국 대통령인 워런 하딩은 인기 하락을 막기 위해 유세를 돌던 1923년 8월 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당시 최고 마술사인 찰스 카터로부터 “무대에 서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무대에 오른 대통령은 사람들 앞에서 몸이 토막토막 잘리는 죽음을 맞은 뒤 사자에게 먹히고 만다. 경악하는 관객들 앞에서 카터는 사자 배를 가르고 멀쩡한 대통령을 끄집어내 갈채를 받는다. 하지만 그 뒤 몇 시간 안돼 하딩 대통령은 호텔에서 실제 서거하고 만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전개되는 미국 소설 ‘마술사 카터, 악마를 이기다’의 도입부다. 이 소설은 실재와 눈속임이 교묘하게 섞여 있는 마술처럼 역사와 픽션이 꽉 맞물려 있다. 로맨스와 서스펜스 역시 깍지 낀 두 손처럼 맞물려 있다.

작가 골드의 데뷔작인 이 소설은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사람들을 울리고 웃겼던 미국 버라이어티쇼 ‘보드빌’의 마술사 카터의 만화경 같은 삶을 다루고 있다. 2001년 출간된 뒤 워싱턴포스트와 LA타임스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샌프란시스코 금융인의 아들인 카터는 아버지 서가의 책 ‘손으로 하는 마술의 실전 매뉴얼’을 본 뒤 몽상가적 기질이 피어올라 도박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세계로 뛰어든다. 동전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 ‘프렌치 드롭’에서부터 사람들을 공중으로 쏘는 ‘인간 대포’까지 능란하게 해내 ‘탈출 마술’의 대가 후디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카터는 특히 사자와 코끼리를 좋아하는데 “피스크 투트 레 크레추어”로 시작하는 그의 주문을 번역하면 이렇다. ‘모든 동물은 피부 아래를 따지면 형제다. 친구처럼 대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마술 비밀을 알려 달라고 도끼까지 휘두르는 라이벌, 냉혹한 흥행사와 끊임 없이 겨뤄야 하고, 마술 때문에 애인까지 잃고 만다.

그를 특히 괴롭게 만드는 사람은 대통령 경호 담당인 비밀 검찰국의 잭 그리핀이다. 작가가 만들어낸 픽션 인물임이 분명한 그리핀은 하딩 대통령이 급서한 데는 반드시 카터가 관련돼 있다며 추적한다.

카드 패처럼 숨겨진 주인공 카터의 면모들과 꼬리를 물고 나오는 이야기들이 속임수인 줄 알면서도 빨려드는 마술처럼 흥미를 끄는 소설이다. 원제 ‘Carter beats the devil’.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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