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어… LCD시장 전망 이게 아니었는데”

  • 입력 2005년 8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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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전망이 빗나간 것일까.’ 삼성전자의 핵심사업군 가운데 하나인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의 수익성이 올해 들어 계속 나빠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형 LCD TV 시장이 폭발할 것으로 전망해 대량생산에 들어간 시기와 실제 시장상황이 맞지 않고 있기 때문.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는 40인치 이상 LCD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50 대 50의 비율로 ‘S-LCD’를 설립해 올해 4월부터 세계 최초로 7세대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회복이 늦어지면서 소비자들의 가격부담을 이겨내지 못했고 기존 대형 디지털TV의 강자인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의 수성(守城)도 만만치 않다.》

○ 감가상각비의 의미

LCD 산업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장치산업이다.

공장설비는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 모두 영업비용(감가상각비)으로 떨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설비투자금이 1조 원, 감가상각 기간을 5년으로 잡았다면 매년 2000억 원씩 감가상각비로 떨어내는 것.


감가상각 기간은 회사가 정하기 나름인데 LG필립스LCD는 4년, 삼성전자는 5년, 대만 LCD 업체는 6년으로 잡고 있다. 감가상각 기간이 짧을수록 연간 비용부담은 커지지만 빨리 비용부담을 떨어낸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LCD 업체의 수익성을 비교할 때는 단순 영업이익보다 감가상각비를 감안한 에비타(EBITDA·영업이익+이자비용+감가상각비+세금)가 더 유용한 지표로 사용된다.

○ 삼성전자, 나빠지는 수익성

올해 1분기(1∼3월)에 삼성전자LCD사업부는 200억 원의 영업흑자를 냈으나 LG필립스LCD는 1346억 원의 적자가 났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이 추정한 에비타를 비교해 보면 LG필립스LCD가 앞선다. ▶표 참조

2분기(4∼6월)에는 LG필립스LCD의 영업이익(295억 원)이 삼성전자(100억 원)보다 많아 규모(매출액)뿐만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앞섰다.

특히 S-LCD는 2분기에 1440억 원의 적자를 낸 것과 삼성전자의 지분 50%를 감안하면 LCD 사업 전체로 620억 원의 적자가 났다는 계산이 나온다.

○ 수요예측이 틀렸나

삼성전자는 LG필립스LCD 및 대만 업체와 달리 5세대에서 6세대를 거치지 않고 7세대로 건너뛰었다. 7세대 라인은 40, 46인치 TV용 패널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40인치 이상 TV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대량생산이 이뤄진 시기와 LCD TV 시장의 수요가 맞지 않았다는 것.

S-LCD는 올해 4월부터 대량생산을 시작했지만 현재 LCD TV 시장은 32인치가 주력제품이다. 업계에서는 40인치대 시장이 내년 하반기(7∼12월)에나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LCD 생산라인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핵심 장비와 부품의 기술력이 높아지고 불량률이 낮아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삼성전자의 7세대 투자는 약간 성급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앞선 투자가 필요하다”며 “10월부터 7세대 라인이 100% 가동돼 공급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떨어지면 40인치 이상 LCD TV가 주력제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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