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이젠 수출역군…수입국서 올 상반기 19억달러 흑자

  • 입력 2005년 8월 4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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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에 시달리던 일반기계 산업이 수출 역군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일반기계는 주로 독일 일본 미국 등의 수입제품에 의존해 왔으나 지난해부터는 수출이 수입보다 더 많아졌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일반기계의 수출 지역이 중국 위주에서 유럽연합(EU) 중동 일본 등으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 만성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3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일반기계 수출액은 104억 달러(약 10조4000억 원)로 19억 달러가 넘는 무역수지 흑자를 올렸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이 분야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무역 흑자가 6억 달러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일반기계 가운데서도 공작기계, 건설기계, 공기조절기 등 주요 품목들이 고르게 높은 수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실제로 공기조절기는 올해 상반기에 5억 달러를 수출해 작년 동기 대비 139%의 증가율을 보였다. 건설기계와 ‘기계를 만드는 기계’라고 할 수 있는 공작기계도 각각 25.9%, 17.8%의 증가세를 보였다.

산자부 정동희(鄭東熙) 산업기계과장은 “아직 일반기계 수출의 3분의 1이 중국에 편중돼 있지만 EU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도 105억 달러의 수출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 꾸준한 투자가 거둔 성취

일반기계 산업의 놀라운 변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국내 일반기계 산업의 국산화 노력이 이제야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산하 기계산업연구소 이면기(李勉基) 연구위원은 “반짝 아이디어나 신기술로 승부하는 정보기술(IT) 산업과 달리 일반기계 산업은 장기간 꾸준한 투자를 해야 인정받는 ‘뚝배기’ 산업”이라면서 “일반기계 순수출국으로 돌아섰다는 것은 세계 시장에서 비로소 인정받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부터 달러당 원화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으로 수출 여건이 악화됐는데도 일반기계 수출이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은 그만큼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기술 수준이 일본 독일 등 기계 선진국에 근접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점도 국내 일반기계 산업이 세계에서 통하는 한 이유로 꼽힌다.

정 과장은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은 일본 독일 등의 고가(高價) 제품보다는 기술력도 있고 가격도 합리적인 한국 제품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성기종(成基鍾) 연구위원은 “일본과 독일이 인건비가 많이 드는 공작기계, 건설기계 등에서 손을 떼고 고정밀기기로 옮겨가자 한국이 빠르게 대체 주자로 나섰다”면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아직 기술격차가 커 상당기간 일반기계 산업 분야는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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