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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윤종/건강한 인디문화까지 매도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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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윤종/건강한 인디문화까지 매도해선 안된다

입력 2005-08-02 03:01수정 2009-10-08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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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MBC TV ‘음악캠프’ 생방송 도중 성기를 노출한 인디 밴드 ‘카우치’의 돌출 행동 이후 서울 홍익대 앞 라이브 밴드와 인디 문화에 대한 여론은 비난 일색이다.

‘카우치’ 멤버들과 무대에 섰던 밴드 ‘럭스’의 리더 원종희 씨가 경찰 조사에서 한 “그냥 하던 대로 자유롭게 했다”는 말도 예외가 아니다. ‘음악캠프’ 인터넷 게시판에는 ‘평소 그렇게 노나? 인디 밴드는 전부 정신병자들이다’, ‘인디 밴드의 정신 감정, 마약, 약물 검사를 해야 한다’는 등의 비난 글이 수백 건 올라 있다.

누리꾼(네티즌)뿐만이 아니다.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도 1일 간부회의에서 “사회 통념에 맞지 않는 공연이 단속도 안 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퇴폐 공연에 대한 단속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일부 언론은 ‘클럽에서 상의를 벗고 남녀가 몸을 만지며 춤을 춘다’는 식으로 홍대 앞 댄스 클럽과 밴드 공연 중심의 라이브 클럽 풍경을 혼동해 보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인디 밴드는 정말 망나니일까?

홍대 앞 음악인들의 모임인 ‘라이브음악발전협회’ 김영등 회장은 “병 깨기, 옷 벗기 등을 하는 소수의 과격한 펑크 밴드가 있지만 10% 내외”라며 “이들 역시 공연에서 성기 노출은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카우치’ 멤버들의 돌출 행동은 인디 문화에 대한 그릇된 나르시시즘에서 출발한 것 같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생방송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제도권, 나아가 고정관념을 조롱하는 것은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오랜 전통이다.

하지만 이들의 자기 과시는 오히려 그들이 숭상하는 ‘인디 문화’에 큰 상처를 입혔다. 음악적 다양성 보존을 위해 인디 음악을 소개하던 ‘음악캠프’는 중단됐고 비난의 화살은 전체 인디 문화로 향하고 있다. 언더그라운드 문화에 대한 이러한 평가절하는 궁극적으로 MP3 음악파일 복제로 인한 음반 산업 불황, 창작력 고갈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대중음악계에 또 다른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카우치’는 수많은 인디 밴드 중 하나일 뿐 인디 문화의 대표는 아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기 음악을 고수하며 상업주의에 찌든 한국 음악계에 상상력을 수혈하는 인디 문화 전체가 매도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김윤종 문화부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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