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영수]언론중재委에도 人事압력 넣나

  • 입력 2005년 7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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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민이 선거를 통해 선출한 대통령이 이끄는 국가조직이며,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적 정당성에 기초하여 국민을 위해 활동하는 조직이다. 반면에 언론매체, 특히 신문은 사기업이다. 개인에 의해 설립되고, 진보건 보수건 각기 다양한 경향을 가지며, 일정한 시각에서 세상을 분석하고 정리해서 국민에게 전달한다.

이렇게 보면, 국민에 의해 선출되어 국민을 위해 활동하는 정부가 사기업인 신문에 비해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야 당연할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독재정부인 경우에는 국민이 언론의 편을 드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화가 진전된 이후에도 정부보다 언론을 편드는 국민이 적지 않은 것은 왜일까? 특히 정부와 신문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을 때 국민의 언론에 대한 지지가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은 왜 그런가?

그것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분석될 수 있다.

첫째, 정부가 가지고 있는 권력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이 지적될 수 있다. 아무리 민주적 정부라 하더라도 권력을 오·남용할 수 있는 소지는 남아 있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통제수단은 반드시 필요하다. 권력분립을 비롯한 국가조직 체계 내에서의 통제도 중요하지만, 언론매체나 시민단체 등을 통한 감시도 커다란 의미와 비중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론이 지지를 받는 것이다.

둘째, 현실적으로 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적지 않다. 어떤 정책에 대해서도 찬반양론은 있기 마련이지만, 최근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평균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비판하는 언론매체들의 목소리는 결국 국민의 불만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은 언론에 의한 정부 비판을 지지하는 것이다.

셋째, 언론의 비판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이 오히려 언론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강화시키는 측면이 있다. 정부가 언론의 비판에 과민반응을 보이며, 언론 통제를 강화하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언론에 대한 지지를 높이는 것이다. 특히 위헌 논란이 있는 신문법을 통해 특정 언론사를 겨냥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규제를 도입한 것이나, 언론중재위원장이 사무총장의 사퇴를 강요하고 중재위의 규칙 제정과 관련해 정부에서 중재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려 한 것들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국민이 선출한 정부라 해서, 혹은 선거를 통해 다수의 지지를 받은 여당이라 해서 국민의 지지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정부와 여당에 대해서는 국민이 언제든지 지지를 철회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정권의 교체가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을 포함한 모든 정치인들, 정치적 세력들은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매체가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경우에는 그것이 쓴소리, 비판적인 이야기라 하더라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의사를 돌팔이로 몰아세우는 환자가 병을 치유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부정확한 보도, 왜곡된 보도가 있을 경우 이에 대응하는 것은 필요하다. 또 언론보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국회가 민의를 수렴하여 입법하고, 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공정한 재판을 통해 그 정당성을 판단하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일을 비판의 당사자인 정부가 나서서 할 경우에는 국민이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왜 자두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려 하는가?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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