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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새끼고래는 한달 동안 잠 안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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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새끼고래는 한달 동안 잠 안 잔다

입력 2005-07-08 03:06수정 2009-10-0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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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고래와 큰돌고래 새끼들이 태어난 후 한 달간 잠을 자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간 중 이들의 호르몬을 측정한 결과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어미 범고래들이 새끼를 데리고 수면 위로 오르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 美 연구팀 ‘네이처’에 소개

‘불가사의한 잠수능력’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 고래에 대한 일반 상식이다. 해면 위로 올라와 충분히 산소를 들이마신 뒤 2시간 정도는 끄떡없이 3000m까지 잠수할 수 있다. 또 길이 33m인 대왕고래는 무게가 중생대에 살던 가장 큰 공룡인 브라키오사우루스 4마리를 합해놓은 179t에 달한다. 이제 고래에게 또 하나의 별명이 붙게 됐다. ‘잠 안 자기 최고기록 보유자’가 그것.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제롬 시겔 박사 연구팀은 범고래와 큰돌고래의 갓 태어난 새끼들이 무려 한 달간 잠을 자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 지난달 30일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소개했다. 보통 동물은 며칠만 자지 않아도 생체리듬이 깨져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다. 도대체 새끼 고래들은 한 달간 잠을 안 자고 무엇을 하는 것일까.

고래는 폐로 숨을 쉬기 때문에 잠수해 있는 동안 체내에서 산소가 떨어지면 해면 위로 올라와야 한다. ‘고래의 상징’으로 곧잘 묘사되는 장면, 즉 수면 위로 분수 모양의 물줄기를 내뿜는 모습은 바로 머리 윗부분 숨구멍으로 숨을 내쉬는 상황이다.

큰돌고래. 사진 제공 국립수산과학원

그런데 새끼 고래는 태어나자마자 닥친 환경이 물속이기 때문에 얼른 해면 위로 올라가 첫 숨을 쉬지 못하면 죽어버린다. 그래서 탯줄이 끊어지면 본능적으로 해면으로 올라와 숨을 쉰다. 이때 어미는 새끼를 수면 위로 밀어 올려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준다.

○ 3∼30초 간격으로 호흡위해 수면위로

연구팀은 새끼 고래가 한 달간 잠을 자지 않고 어미의 뒤를 쫓아 해면 위로 3∼30초 간격으로 올라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형 수조에서 임신한 범고래와 큰돌고래 여러 마리를 풀어놓고 새끼가 태어난 후 1년까지 이들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였다.

너무 피곤했던 탓일까. 비디오 촬영을 통해 새끼의 한쪽 눈꺼풀이 닫혀 있는 장면도 포착됐다(고래는 지상의 포유류처럼 눈꺼풀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포유류는 출생 직후에 일생에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수면을 취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이유로 어릴수록 날마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기 때문에 잠을 오래 자면서 머릿속에서 새로운 정보를 분류하고 정리한다는 가설이 있다. 또 하루 중 잠잘 때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된다는 설명도 있다. 그래서 ‘잠 잘 자는 아이가 잘 큰다’는 말이 나온 것.

○ 신체 기능에는 아무런 害없어

그렇다면 새끼 고래는 신체기능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 흥미롭게도 불면증에 시달릴 때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양을 측정하자 건강한 어른 고래와 유사했다. 이들에게 한 달의 불면은 아무런 스트레스를 주지 않은 셈.

사실 어른 고래는 하루 5∼8시간 자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눈은 감고 있어도 뇌파를 측정해보면 한쪽 뇌는 깨어 있다. 하루 종일 해면 위로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수면 시간에는 ‘선잠’을 잔다는 얘기.

김장근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장은 “고래는 장애물에 몸이 걸려 규칙적으로 해면 위로 못 올라가면 ‘익사’한다”며 “하지만 한 달간 아예 깨어있다는 사실은 처음 보고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고래 연구는 주로 집단의 양과 질적 변화 등 자원생태학적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왔기 때문에 구체적인 행동연구는 세계적으로 미흡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발표 후 영국 러프버러대 수면연구센터의 한 과학자는 “믿기 어렵다”며 “눈을 뜬 채 잠을 자는 사람이 가끔 있는 것처럼 고래도 그렇지 않은지 의심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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