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식업체 매장 확 달라졌네…지역-고객따라 대변신

  • 입력 2005년 7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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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매장은 어딜 가도 똑같다?’ 맞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랬다. 통일된 브랜드 이미지, 이국적인 매장 분위기는 맥도날드나 베니건스 등 거대 글로벌 외식업체들의 최대 강점이었다. 소비자들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을 자주 찾았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외식업체들이 천편일률적이던 매장 분위기를 지역에 따라 바꾸기 시작했다. 매장이 위치한 상권의 특성에 맞게 ‘지역밀착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 패밀리 레스토랑 베니건스의 장혜영 마케팅 팀장은 “진출 초기에는 생소하고 이국적인 분위기로 손님을 끌었지만 지금은 지역별 고객의 입맛에 맞추지 못하면 살아 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 매장 인테리어, 동네마다 달라요

베니건스 매장은 녹색과 하얀색 줄무늬가 트레이드마크. 한국 진출 10년 동안 녹색과 하얀색 줄무늬 인테리어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획일적인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지역별 특성에 맞게 매장을 꾸미기로 했다. 기존 이미지가 더 이상 고객에게 신선하게 다가가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5월 문을 연 경기 고양시 베니건스 일산점은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점을 감안해 좌석별로 칸막이를 쳤다. 아이들 먹을거리를 깐깐하게 챙기는 젊은 엄마들을 위해 주방을 유리벽으로 만들어 밖에서도 요리하는 과정을 볼 수 있게 했다.

베니건스 경남 창원점은 원형 좌석을 놓아 카페 분위기를 연출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다를 떠는’ 젊은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매장 인테리어가 똑같은 맥도날드도 최근 변하기 시작했다. 지역별 고객을 분석해 이들의 입맛에 따라 매장에 변화를 주고 있다.

고객의 상당수가 인근 주민인 맥도날드 서울 압구정점은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린색 계열로 매장 인테리어를 바꿨다. 학원가가 많은 노량진점은 1인석 공간을 많이 배치했고,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대구 동성로 2호점은 1층에 유럽식 노천카페를 만들었다.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 매장은 얼추 비슷해 보이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르다. 원두에서 커피로 바뀌어 나오는 4단계인 재배(풀색), 볶기(붉은색), 추출(파란색), 향기(노란색)에 맞춰 매장을 꾸미고 있다.

○ 대학가와 유흥가, 서비스가 다르네

스타벅스 서울 서대문구 신촌점. 이곳에서는 대학 시험 기간이 되면 음악 소리가 작아지고, 영업 시간은 밤 12시까지 늦춰진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압구정동의 매장에서는 단골 고객이 ‘내 커피 달라’고 하면 점원이 알아서 만들어 준다. 이 지역은 단골 고객이 많아 점원도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스타벅스 김진정 매니저는 “작년부터 상권을 유흥·상업, 대학가, 오피스, 주거 지역 등 네 부문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해당 지역 고객의 요구사항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훨씬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의 영업 시간도 매장마다 약간씩 다르다. 사무실 밀집 지역은 1∼2시간 일찍 문을 열고, 한밤중에도 손님이 많은 유흥가에서는 24시간 영업을 하기도 한다.

한국맥도날드 염혜지 과장은 “상권별로 고객의 이용 행태가 다양하다”며 “전통적인 매장 형태를 고수하지 않고 지역별 특성에 맞춰 매장 분위기를 바꿔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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