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부동산 사기’ 교수 사기극인가 단순 해프닝인가

  • 입력 2005년 7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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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대만 부동산투자 사기 사건으로 국내 벤처기업들이 최대 수백억 원의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부동산 투자자들은 이 사업을 국내 업체에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강모(2003년 2월 사망) 전 K대 교수를 2002년부터 여러 차례 검찰에 고소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강 전 교수의 처남인 전직 국회의원 A 씨는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과 친분이 있는 매형을 투자자들이 이용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수십 명이 최대 수백억 피해”=정보기술(IT) 벤처기업인 지한정보통신 이성호 대표는 4일 본보 기자와 만나 “2000년 2월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강 씨가 ‘천 총통과 둘도 없는 친구’라고 과시해 화교시장을 개척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경제부가 지분을 갖고 있고, 대만 실세들이 주주로 있는 바이오 미생물 배양회사인 지한청강㈜의 지분 40%를 주겠다고 제안해 와 66만9000달러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천 총통 자서전 출판비 7억 원, 천 총통의 선거를 돕기 위해 대만을 방문한 몽골인의 호텔투숙비 5000만 원 등을 합해 모두 110억 원을 투자했다”면서 “사업 실적이 없어 고소하려고 하자 강 씨가 처남인 국회의원 A 씨를 거명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벤처회사인 S사 대표의 어머니 B 씨는 “강 씨가 국산 사과와 배의 대만 독점수출권과 공사 수주권을 주겠다고 해 10억 원을 투자했다”면서 “그중 2억∼3억 원은 모 국회의원의 인척으로부터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2년 전부터 국내에서 소송 줄이어=건설업체 대표인 김모 씨는 2002년 12월, 슬롯머신 사업을 하는 신모 씨는 2003년 5월 각각 강 씨를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그러나 강 씨가 같은 해 2월 숨진 뒤라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그 뒤 신모 씨 등 6명은 2003년 2월 강 씨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를 40억 원에 가압류 조치했다.

신 씨는 또 지난해 9월 강 씨의 유족을 상대로 사해행위취소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지만 기각됐다.

신 씨 등은 당시 소장(訴狀)에서 2001년 8월 대만을 방문해 린펑시(林豊喜) 대만 입법위원(우리나라 국회의원에 해당)의 설명을 듣고 투자 여건을 조사한 뒤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만 건설업체 인수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정치인 연루설=당초 대만 언론은 한국 정계 인사를 배후에 둔 카지노 업자가 이번 사업에 간접 투자했다가 거액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치권 인사와 카지노 업자의 커넥션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사업에 투자한 정치권 인사도 현재까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강 씨를 고소한 부동산 투자자 C 씨는 “대만 쪽이나 국내 모두 정치인은 연루되지 않았으며 ‘수익성이 있다’는 신 씨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라고 말했다.

강 씨의 처남 A 씨는 “억울하게 숨진 매형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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