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鄭장관의 계속되는 北核 ‘정치행보’

  • 입력 2005년 7월 4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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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6·17평양면담 내용을 딕 체니 미국 부통령에게 설명하는 자리에 고교 후배인 열린우리당 채수찬 의원을 배석시켰다. 이 때문에 정작 미국 측 참석자들의 상대역인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은 참석하지 못했다. 채 의원은 미 라이스대 교수 출신으로 미 공화당 인사들과 친분이 있어서 배석시켰다는 것이 정 장관 측 설명이다. 그러나 정 장관은 정부 대표 자격으로 체니 부통령을 만났기 때문에 자신의 ‘정치 측근’을 배석시킨 것은 외교 관례와 시스템을 무시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정 장관의 방미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이미 정부가 6·17면담 내용을 외교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설명했기 때문에 미 정부도 정 장관이 꼭 올 필요가 없다는 뜻을 전해왔지만 정 장관 측이 “직접 설명하겠다”며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체니 부통령과의 면담 결과에 대한 정 장관의 설명도 석연치 않다. 정 장관은 지난해 6월 3차 6자회담 때 미국이 내놓은 대북(對北) 제안과 자신이 김 국방위원장에게 제시한 ‘중대제안’을 결합해서 추진할 것을 제의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체니 부통령의 반응에 대해서도 설명이 있어야 하나 정 장관은 “주된 논의 주제가 아니어서 특별한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중대제안’ 설명하러 미국에 간다고 해놓고선 이제 와서 “특별한 논의가 없었다”고 하니, 대체 무슨 얘기인지 알기 어렵다.

정 장관의 ‘중대제안’이 설령 실행된다고 해도 그 부담은 국민이 진다. 그런데도 국민은 아직 그 내용조차 모르고 있다. ‘중대제안’에 경수로 건설 재개와 같은 방안들이 포함된다고 해도 6자회담의 의제가 되려면 당사국들 간 긴밀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정 장관은 마치 자신만의 ‘정치적 자산’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북한은 여전히 6자회담 복귀 시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정 장관의 행보에 뭔가 조급함이 작용하고 있다면 정말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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