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담도 의혹]김재복씨-정부 핵심인사 연결 과정은

  • 입력 2005년 5월 26일 0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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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委 前-現비서관 해명동북아시대위원장 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왼쪽)과 현 이정호 동북아시대위원장 비서관이 25일 청와대 기자실에서 행담도 개발사업 및 서남해안개발사업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석동률 기자
동북아委 前-現비서관 해명
동북아시대위원장 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왼쪽)과 현 이정호 동북아시대위원장 비서관이 25일 청와대 기자실에서 행담도 개발사업 및 서남해안개발사업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석동률 기자
충남 당진 행담도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의 불똥이 청와대로까지 번지고 있다.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이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구상해 온 서남해안개발사업(S프로젝트)의 초기 구상단계에서부터 관여하면서 정찬용(鄭燦龍)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위원장 문정인·文正仁)와 연결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김 사장이 지난해 여름 청와대를 한 차례 방문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S프로젝트와 행담도 개발사업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분리 대응에 나섰다. 청와대는 25일 S프로젝트는 흔들림 없이 추진하되, 이와 별개로 행담도 개발사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엄중 조치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행담도 개발사업과 S프로젝트는 일란성 쌍생아?=행담도 개발사업은 S프로젝트와는 무관한 사업이다. 그러나 동북아시대위는 지난해 7월 행담도개발㈜과 사업협력 양해각서(MOU)까지 맺고 두 개의 사업을 연결시켜 김 사장을 적극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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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에서 양측은 행담도 개발사업의 규모가 S프로젝트의 200분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비슷한 개념의 사업이라는 이유로 행담도 개발사업을 S프로젝트의 ‘파일럿 프로젝트(시범사업)’로 규정했다는 게 당시 동북아시대위 기조실장이었던 정태인(鄭泰仁)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의 설명이다.

이러한 전후 사정 때문에 지난해 9월 행담도개발㈜이 해외채권을 발행했을 때 문 위원장이 정부 지원 의향서를 발급했고, 올해 2월 한국도로공사 측과 행담도개발㈜ 간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중재에 나섰다는 얘기다.

또한 양측은 MOU에서 S프로젝트 구상에 관한 ‘개념보고서(콘셉트 페이퍼)’를 행담도개발㈜ 측이 비용을 부담해 작성하기로 했다. 대신 동북아시대위는 이 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도로 위치, 땅값과 같은 해당지역의 각종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이에 따라 작성된 보고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전남도 쪽에도 전달됐다.

결국 동북아시대위는 S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김 사장을 청와대 등 여권 핵심에 깊숙이 끌어들인 셈이다.

정 비서관은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싱가포르의 도시설계회사인 CPG가 우리 정부에 제시한 S프로젝트 마스터플랜을 위한 제안서가 통과되면 2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며 행담도 개발사업 지원의 목적은 결국 거액의 외자유치를 위한 것이었음을 강조했다.

▽S프로젝트와 김 사장=김 사장이 정 전 수석을 비롯한 여권 실세 인사들과 최초로 안면을 트게 된 계기도 S프로젝트였다.

2003년 9월 정 전 수석이 광주일고 후배인 서울대 문동주 교수와 만난 자리에서 서남해안개발사업 얘기가 나왔고, 문 교수는 그해 11월경 관련 보고서를 정 전 수석에게 건넸으며 지난해 5월 김 사장을 정 전 수석에게 소개했다.

문 교수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서남해안개발사업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는 국내 기업이 관심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관건은 외자유치라고 판단했다”며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국토연구원에 있는 후배가 김 사장을 내게 소개해줘 알게 됐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지난해 4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정식으로 제출한 정책보고서에 “싱가포르 자본을 유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김재복’이란 인물이 싱가포르 측 대리인이라는 점을 명시했다고 한다. 문 교수는 “비록 연구보고서지만 사업추진의 책임감에서 김 사장의 이름을 명시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에서 문 교수는 김 사장을 자연스럽게 정 전 수석에게 소개하게 됐다. 그 직후인 지난해 7월 정 전 수석이 사실상 관장해 오던 S프로젝트가 동북아시대위로 넘어가면서 김 사장도 동북아시대위의 파트너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김 사장에 대한 판단은=정 전 수석과 동북아시대위 측은 처음 김 사장을 접하고 상당히 경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수석은 캘빈 유 주한싱가포르 대사로부터 “김 사장은 싱가포르 정부에서 신뢰하는 인물”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서야 김 사장을 믿게 됐다고 한다.

동북아시대위 측은 김 사장에 대한 뒷조사를 국가정보원에 의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결과 경력 면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행색이 꾀죄죄하고 ‘청와대의 사업을 하고 다닌다’며 과시하고 다녀 위험한 인물이라는 문제점이 당시 지적됐다.

또한 당시 동북아시대위에서 외국인투자유치전문위원장을 맡았던 김수룡(金守龍) 도이체방크코리아 회장이 김 사장을 직접 면담했고, 김 회장은 “믿을 만하다. 오히려 너무 전문가여서 사기당할 우려가 있으니 잘 점검해서 모범적인 외자유치를 만들어내자”고 했다고 한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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