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담도 의혹]文위원장 → 鄭 前수석 → 그 다음은?

  • 입력 2005년 5월 26일 0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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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수백억 원대의 자본을 조달한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의 인적 네트워크가 베일을 벗고 있다.

김 사장이 현 정부의 핵심 인사들과 엮이게 된 단초는 정찬용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제공했다. 정 전 수석은 2003년 9월경 서남해안 개발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를 듣고 서울대 공학연구소 문동주 교수에게 용역을 의뢰했다.

그런데 문 교수가 “싱가포르 자본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김 사장을 데리고 와 정 전 수석에게 소개해줬다는 것이다. 이때가 지난해 5월경이다. 이후 김 사장은 동북아시대위원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이른바 서남해안개발(S프로젝트) 구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당시 동북아시대위 기획조정실장으로 있던 정태인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과 외국인투자유치전문위원장으로 있던 김수룡 씨 등이 파트너였다.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도 지난해 6월 취임 후 S프로젝트에 대해 열정을 가졌으며, 김 사장과 자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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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위원장은 자신의 아들의 직장 문제도 김 사장과 상의할 정도였다. 문 위원장은 김 사장과 막역한 관계인 주한싱가포르 대사를 통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도 면담했다. 그 후 노무현 대통령과 리 총리는 전략적 협력을 하자는 친서를 교환하기도 했다.

한편 동북아시대위와 S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동안 자신이 직접 추진하고 있던 행담도 개발의 자본 조달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김 사장은 동북아시대위에 SOS를 쳤다.

행담도개발㈜의 해외 채권 발행을 위한 ‘정부 지원 의향서’를 써 달라는 것이었다. 문 위원장이 대한민국 정부가 이 사업을 보증하고 있다는 내용의 정부 지원 의향서를 써주게 된 것은 이런 배경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 의향서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유입은 여의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우정사업본부와 교원공제회가 8300만 달러의 채권을 매입키로 했으나 이들은 한국도로공사의 지급 보증을 요구했고, 도공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때 김 사장은 문 위원장과 정 전 수석 등에게 “도공이 발목을 잡고 있어 사업을 하기 어렵다”며 탄원을 했다.

문 위원장이 이에 2월 중재에 나섰고, 동북아시대위 측은 손학래(孫鶴來) 도공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업이) 잘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는 전화를 걸기도 했다.

그러나 유입된 자금의 사용 문제를 놓고 김 사장과 도공은 다시 마찰을 빚었고, 정 전 수석은 5월 3일 손 사장과 김 사장 등 양측 당사자들과 만났으며 양측의 얘기를 듣고 감사원에 의뢰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이들 외에도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한 여권 핵심 인사들이 이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돼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일부 정치인이 김 사장을 만났지만 의미 있는 만남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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