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원씨 사면 논란]누구를 위한 사면인지…

  • 입력 2005년 5월 13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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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원 씨
강금원 씨
정부가 부처님오신날(5월 15일)을 맞아 불법대선자금 사건 관련자 등 경제인 31명을 특별사면·복권시키기로 하자 경제계에서는 일제히 환영 논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측근인 강금원(姜錦遠) 창신섬유 회장이 형이 확정된 지 6개월여 만에 사면된 것에 대해서는 사면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등에서는 이번 사면 조치가 8·15 광복절에 정치인들을 사면하기 위한 ‘징검다리’ 성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인 사면 의미=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된 경제인은 이학수(李鶴洙)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강유식(姜庾植) LG부회장 등 불법대선자금 사건에 연루됐던 인사 등 경제인 31명이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사면·복권 조치의 배경에 대해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정치적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투명성이 강화된 만큼 과거에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행위로 처벌받은 경제인들을 사면해 경제 살리기에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노 대통령의 최근 시각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 노 대통령은 해외 순방 길에 꾸준히 기업인들을 동행시키면서 “기업이 나라”라고도 말했다.

▽‘끼워 넣기’ 사면 논란=법무부는 이날 “개인비리 성격이 강한 횡령 등 범죄와 관련된 경제인은 사면·복권 대상에서 배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사면 대상에 포함된 노 대통령 측근 강금원 씨가 유죄 판결을 받은 죄명은 배임, 조세포탈 등 ‘개인비리’ 성격이었다.

강 씨는 회사 돈 50억 원을 빼내고 법인세 13억5000만 원을 포탈한 혐의(횡령 및 조세포탈)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해 11월 말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노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安熙正) 씨 등에게 19억 원을 무상 대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는 무죄로 판결났다.

법무부는 “강 씨의 횡령 혐의는 불법대선자금을 수사하다 드러난 것으로 큰 틀에서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야당 측은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은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인 강 회장이 면죄부를 받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며 “국민을 우습게 보는 정권은 응징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면·복권 남용 막아야”=정치권에서는 이번 경제인 사면이 비리혐의로 형사처벌된 정치인의 8·15 특별대사면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8·15 특사 대상으로는 정대철(鄭大哲) 전 열린우리당 고문,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 이상수(李相洙) 전 민주당 의원, 안희정 전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등이 거론된다.

한나라당은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와 김영일(金榮馹) 전 사무총장, 서정우(徐廷友) 전 대통령후보 법률고문 등의 사면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역대 정권이 비리 정치인 등에 대한 사면권을 지나치게 남용해 사법정의를 뿌리부터 흔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 無權有罪)’라는 말도 나온다.

2002년 12월 31일 김대중(金大中) 정권 말에 단행된 특별사면과 2000년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 씨와 홍인길(洪仁吉) 전 대통령총무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특별사면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당시 판결이 확정된 지 10일과 3개월밖에 안 된 김영재(金暎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와 최일홍(崔一鴻) 전 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을 사면해 법원의 반발을 초래하기도 했다.

김영삼 정권 시절인 1995년과 1996년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서도 슬롯머신사건, 율곡비리, 동화은행장 뇌물비리 등 대형부정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민주노동당 의원단 심상정(沈相정) 수석부대표는 “이런 사면을 막기 위해 당 차원에서 사면법 개정을 검토 중이며 빠르면 6월 임시국회에서 입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가탄신일 특별 사면 복권 대상자
구분대상자
불법대선자금 사건 관련자 이학수(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강유식(LG그룹 부회장) 김동진(현대자동차 부회장) 박찬법(아시아나항공 사장) 오남수(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 신동인(롯데쇼핑 사장) 성완종(경남기업 회장) 임승남(전 롯데건설 사장) 이청희(컨설팅업) 박문수(하이테크 하우징 회장) 김영춘(서해종건 회장) 강금원(창신섬유 회장)
분식회계 관련자이성원(전 대우 전무) 김석환(전 대우자동차 부사장) 김근호(전 대우자동차 상무) 조만성(전 대우중공업 전무) 노춘호(전 새한미디어 상무) 유홍근(전 동아건설 이사) 김재환(전 새롬기술 이사) 김용국(전 스탠더드텔레콤 대표) 우달원(전 성우전자 사장)
부실계열사 부당 지원 관련자안병철(전 고려석유화학 사장) 이종훈(전 대한통운 부회장) 백성기(전 동국합섬 대표) 강세규(전 동국합섬 대표) 박성석(전 한라그룹 부회장) 정수웅(전 동양철관 대표) 박억재(전 동양철관 이사) 이유재(전 니트젠 전략경영실장) 서철교(전 니트젠 전무) 남관영(전 니트젠 재무회계팀장)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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