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럼/안병준]‘北核 불감증’이 위기다

  • 입력 2005년 5월 8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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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핵 무장한 북한과 상생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동시에 북한의 핵 능력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 국민적 합의를 이루고 남북관계와 한미동맹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존재는 우리에게는 정말로 악몽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남북 군사력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동북아 지역에서 대량 파괴무기 확산을 자극해 우리의 안보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는 6자회담을 재개하려고 모든 노력을 다해 왔던 것이다.

북한은 이 국제적인 여망을 외면하고 6자회담을 거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핵 보유를 공식 선언했으며 이를 과시하기 위해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고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제 세계는 긴장 상태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인가를 주시하고 있다.

▼젊은세대 위기감 못느껴▼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이러한 위기감이 없으니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분명히 북한의 핵무기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생존을 위태롭게 한다. 핵 위험이 존재하는 한 한반도는 불안할 수밖에 없고 한국 경제의 전망도 어렵게 될 것이다. 만약 북한이 이 비대칭적 무기로 또다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한다면 우리는 비록 재래식 무력에서 훨씬 우월하다 하더라도 이 협박을 결코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가 단독으로 이러한 도발을 사전에 억지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길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서도 일부 젊은이들이 여전히 미국이 북한보다도 더 한국에 위협적인 존재라고 본다면 이는 실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북한의 핵 보유 주장이 사실이 아니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이미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이 엄연한 현실에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안보적 도전에 대해서는 여야가 초당적으로 임해야 한다.

최근에 과거사 문제로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데서 볼 수 있듯이 강대국들은 어느 정도까지 대외관계를 국내 정치의 연장으로 여겨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중진국이 이러한 행동을 감행한다면 결국 국익을 손상하고 말 것이다. 우리의 안보와 경제가 이들에게 더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타 쟁점에 대해서 이견을 갖더라도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에 대해서는 이 전략 목표와 민주주의적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 일본과 먼저 공조를 강화하고 동시에 중국 러시아와도 한목소리를 내는 실리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

이러한 외교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우리의 국력을 조용히 배양해야 하고 관련국들의 지지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이 일은 무엇보다 실질적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외교는 감정에 호소하기도 하고 미사여구도 활용하는 ‘토론’보다도 실력과 전략을 구사해 승리를 이뤄 나가는 ‘게임’에 더 가깝다. 게임 중에서도 국운을 좌우하는 매우 사활적인 게임이다. 이 때문에 1949년부터 1976년까지 중국 외교를 담당했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는 외교를 ‘다른 수단으로 하는 전쟁’이라고까지 했다.

▼韓美日 공조강화 서둘러야▼

제2차 세계대전 후 대(對)공산권 봉쇄 전략을 제시해 냉전의 종식에 기여했고 미국의 주소련 대사를 역임했던 저명한 사가(史家)로서 최근 101세로 작고한 조지 케넌도 “유능한 외교관은 일정한 지침서에 따라 일하는 기계공보다는 급변하는 환경과 기후에 잘 대처할 줄 아는 정원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 민족에게 큰 재앙을 가져올 핵 위협에 직면한 대한민국은 초강국들의 풍랑이 몰아치는 이 반도에서 평화와 비핵화의 꽃을 가꾸는 외교를 슬기롭게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안병준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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