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新개발주의를 멈춰라’

  • 입력 2005년 5월 6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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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개발주의를 멈춰라/조명래 외 지음/288쪽·1만1000원·환경과생명

“개발주의가 국가주도로 환경을 직접적 폭력적으로 파괴했다면, 신개발주의는 신자유주의와 맞물린 시장지배 사회의 도래를 배경으로 환경을 더욱 유기적이고 전면적이고 교묘하게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한국이 환경을 그 자체의 내재적 가치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경제적 가치나 개발이익을 창출하는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는 국토를 보전이 아니라 개발의 대상으로 바라본 박정희 시대의 개발주의에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당의정만 입혔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비판은 새만금 간척사업 재개와 골프장 250개 건립을 추진 중인 노무현 정부와, 청계천복원사업을 강북도심개발과 연결한 이명박 시장의 서울시를 모두 겨냥한다.

대표 집필자 격인 조명래(도시지역계획학) 단국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가 진보를 표방하면서도 경제살리기라는 국민정서에 영합해 반환경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얕은 진보주의’ 또는 ‘포퓰리즘적 신개발주의’라고 비판한다. 그는 “오늘날 진정한 진보는 녹색성을 띠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노무현 정부가 ‘녹색색맹’에 걸려 있다고 말한다.

조 교수는 개발주의 대 보전주의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한국에서 개발주의의 우세가 구조화돼 있다고 지적한다. 보전 부서인 환경부의 연간 예산(2002년 기준)이 1조2021억 원, 직원 1349명인데 반해 개발 부서인 건설교통부의 예산은 15조5443억원으로 14배, 직원은 3452명으로 3배다. 2002년 건설업체 수주 총공사액이 국내총생산의 2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아 건설업이 경제를 좌우하는 점도 큰 몫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민-정이 먹이사슬로 엮인 일본처럼 한국도 토건국가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조 교수는 말한다.

최지훈 ‘바람과 물 연구소’ 연구원은 관 주도에 의한 민간개발이라는 한국형 토건국가 징후를 ‘개발동맹’이라고 부르며 이는 특히 1990년대 규제 완화 바람을 타고 강화됐다고 주장한다. 실제 2000년 서울시의 재개발 면적은 1995년에 비해 10배나 늘어났다. 오관영 ‘함께하는 시민행동’ 기획실장은 한국수자원공사와 농업기반공사처럼 개발 자체를 목적으로 한 거대 공기업이 신개발주의의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홍성태(사회학) 상지대 교수는 서울시의 청계천복원사업이 겉으로는 자연과 문화의 복원을 내걸고 있지만, 진짜 목적은 도심 재개발에 있기 때문에 서울 파괴라고 비판한다. 청계천복원사업이 뉴타운사업과 결부돼 고층건물 숲을 만들면 그나마 서울의 원형을 간직한 4대문 안 풍경이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최근 여론은 극단적 환경론에 대한 염증과 불황 탈출에 대한 염원이 뒤섞여 개발론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40년 이상 개발론의 지배를 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개발론을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의 구조를 깨야 한다는 이 책의 비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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