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강자엔 한방이 있다…농심등 1분기 부진불구 후한점수

  • 입력 2005년 5월 5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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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과 스낵 업계의 ‘절대 강자’ 농심이 1분기(1∼3월) 실적을 2일 발표했다.

외형상 나타난 수치는 실망스러웠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줄었고 영업이익과 경상이익도 5.3%, 7% 각각 감소했다.

그런데 증권 전문가들은 호평을 쏟아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매수 의견과 함께 35만8000원의 적정주가를 제시했다. 동원증권도 목표주가를 34만 원에서 39만 원으로 올렸다. 동양종합금융증권과 CSFB증권, 삼성증권 등도 농심 호평에 가세했다.

이 덕분인지 실적이 부진한 농심의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경기나 주변 상황이 악화돼도 농심에는 난관을 이겨나갈 비장의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 무기는 바로 ‘가격 결정력’이다.

▽가격 결정력은 주주에게 호재=독점기업은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독점기업의 제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소비자에게 욕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독점기업은 주주에게 더 없이 좋은 벗이다. 소비자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가격과 상관없이 이 회사 제품을 계속 써야 하는 일이 많다. 따라서 독점기업의 실적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런 기업이 가격 결정력까지 갖고 있다면 금상첨화. 언제든지 이윤의 폭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도 적정 수준의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

농심이 가격을 올려야 다른 회사들도 라면 가격을 따라 올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라면 시장에서 농심의 가격 결정력은 크다. 일시적 실적 부진에도 전문가들이 여전히 농심의 미래를 밝게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 요령=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철저히 장기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가격 결정력을 가진 장점은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여러 차례 경기 부침을 겪을수록 가치가 커지기 때문.

또 이런 회사 주가는 천천히 추세적으로 오르기보다 어느 순간에 투자자에게 가치를 인정받아 순식간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오뚜기나 농심 등 가격 결정력이 있는 기업의 주가는 지루한 움직임을 보이다 한순간 크게 뛰어오르는 일이 잦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그 순간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독점기업의 주가 급등은 ‘오래 기다린 사람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가격 결정력이 있는 독점기업은 업계 선두 기업이나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기업이긴 하지만 반도체 가격을 스스로 결정할 만큼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다. KT&G도 사실상 국내 담배시장을 석권한 독점기업이지만 가격 결정력은 회사가 아니라 정부가 갖고 있다.

따라서 투자 대상을 고를 때에는 독점이냐 아니냐보다 가격을 스스로 결정하고 시장을 이끌 능력이 있느냐를 더 중시해야 한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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