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는 주부는 울고싶다

  • 입력 2005년 5월 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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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3시 서울 강동구 GS슈퍼 둔촌점. 이 동네에 사는 주부 이주희(30) 씨는 과일매장에서 딸기 1팩(1kg·8480원)을 집었다가 가격표를 보고는 도로 내려놓았다.

이 씨는 “8개월 된 딸 이유식 때문에 딸기를 구입해야 한다”며 “제철이 됐는데도 딸기 값이 떨어질 기미가 없다”며 구입을 포기했다.

참외도 5개를 골랐다가 2개를 덜어 냈다. 1만 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 결국 이 씨는 참외 3개만 8700원에 산 뒤 매장을 떠났다.

장바구니 물가가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크게 올라 주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치솟은 과일 가격=1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4.9%(전년 동기 대비)로 5%에 육박했다. 4월 기준으로는 4년 만에 최고치. 생활물가지수는 구입 빈도가 잦고 지출 비중이 높은 156개 품목으로 산출된다. 특히 시장에서 자주 사야 하는 품목의 가격상승률은 평균 생활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2일 현재 참외는 상품 10개 평균 가격이 2만5132원으로 작년 비슷한 시기보다 37.3% 비싸다. 수박은 상품 1개(6kg 이상) 평균 가격이 1만5580원으로 10.0% 올랐다. 사과는 10개들이 가격이 3만6100원으로 지난해 이맘때보다 94.8% 비싸게 나왔다.

서울 강서구 농협하나로클럽 매장에서 만난 주부 김승애(50·서울 양천구 목1동) 씨는 “자주 먹는 과일 가격이 너무 올라 장보기가 겁이 난다”며 “매일 아침 가족에게 해 먹이던 사과주스를 요즘은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육류와 생필품도 많이 올라=서민들이 즐겨 찾는 삼겹살은 500g(중품)에 7163원으로 작년보다 29.8% 올랐다. 닭고기 역시 1kg(중품) 가격이 28.4% 오른 4096원 선. 수입 쇠고기 중품은 500g에 4311원으로 작년 이맘때보다 23.2% 비싸다.

대전 서구 관저동에 사는 주부 박민혜(26) 씨는 평소 좋아하던 삼겹살 가격이 올라 마음이 편치 않다. 박 씨는 “임신 4개월째라 먹는 것을 줄이지는 않지만 지출금액이 많아져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세제와 기저귀 등도 작년에 비해 10% 이상 올랐다.

▽앞으로도 안심 못해=올 4월 참외 생산량은 작년 3월 수준이어서 특히 값이 많이 올랐다. 비싼 참외 대신 딸기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딸기 값도 덩달아 올라 작년보다 16.2%가량 비싸다.

닭고기 및 수입쇠고기는 조류독감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등의 여파로 당분간 높은 가격을 유지할 전망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 유통정보팀 김종균(金鍾均) 과장은 “참외나 수박 가격은 점차 떨어지겠지만 2월의 냉해로 인해 작년보다는 높은 가격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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