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종호]학생선발 자율권 확대돼야 한다

  • 입력 2005년 5월 2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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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새 대학입시안이 발표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새 입시안의 주요 특징은 내신을 포함한 학생부 반영 비중을 확대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은 9등급으로 나누어 등급 점수만을 공개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학들이 학생부 성적을 얼마나 반영할지, 학생 선발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전형 방법을 마련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여서 새 대학입시안이 적용되는 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인적자원부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학별 입학전형안을 가능한 한 빨리 확정해 발표하도록 각 대학에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최근 서울대는 논술과 면접의 비중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로운 전형안의 기본 방향을 발표한 바 있으며, 다른 대학들도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새 전형안의 기본 방향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별 기준 늦어져 혼란 가중▼

최근에 있었던 몇몇 일들을 통해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지난주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새 입시안이 발표된 이후 처음으로 중간고사가 실시됐다. 내신 비중의 확대, 상대평가의 적용과 관련해 시험 보는 내내 학교 분위기가 상당히 냉랭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중간고사 기간 중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받은 한 학생이 학교에서 자살을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또한 최근 서울대가 밝힌 입학전형의 기본 방향을 놓고 본고사의 부활이냐, 대학 자체의 학생 선발을 위한 노력이냐에 대해 사회적 논쟁이 벌어진 것도 새 입시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입시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새 입시안이 가져올 교육현장의 변화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새 입시안은 원론적으로는 학교 현장의 수업 정상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학교는 학생들의 인성뿐만 아니라 잠재능력 계발을 기본 기능으로 하는 곳이며, 따라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학교의 존재 가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입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어 영어 수학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목의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반가운 것일 수 있다.

또한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에 따르면 수능의 변별력 부족으로 인해 각 대학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데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이를 전화위복의 관점에서 보면 대학별로 실정에 맞는 전형방법의 개발을 통해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성을 보다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서울대가 발표한 2008학년도 입학전형안은 이 같은 대학 자체의 노력을 반영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으며, 이는 학생들의 수학 잠재력과 학문적 리더십을 심화된 논술과 면접 방법을 통해 평가하려는 자율적 노력으로 생각할 수 있다.

▼2008전형방법 빨리 확정해야▼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 결과가 기대됨에도 새 입시안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적용됨으로써 많은 학생들과 가족들이 심리적 고통을 당하고, 교사들은 어떻게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심리적 공황을 경험하고 있다. 체계적인 준비와 여유 없이 선보인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으로 인해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받고 있는 선의의 피해를 최대한 줄여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하루빨리 구체적인 대학별 입학전형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보다 적극적인 교육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종호 서울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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