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경찰 ‘수사권 투쟁’에 국민은 없다

  • 입력 2005년 4월 26일 2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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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감정싸움이 도를 넘어섰다. 양측의 갈등은 11일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본격적으로 떠올랐다. 경찰은 검찰을 향해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고 공격하고, 검찰은 경찰을 향해 “조직이기주의를 위한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맞받았다.

그제는 양측이 각기 인권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수사권 관련 인터넷 글 모음’(경찰)과 ‘인권침해사례’(검찰)를 통해 상대의 치부만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인터넷에는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서 만든 ‘검찰 비난’ 노래까지 유포돼 갈등을 증폭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형사소송법 195조(수사 주체)와 196조(수사 지휘)의 개정 문제다. 경찰은 “검경이 대등한 수사 주체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해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검찰은 “국민의 인권보장과 사법체계의 안정성 유지를 위해 현행대로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양측 논리의 우열이 아니다.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에게 더 나은 수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냐 하는 것이다. 둘째는 국민의 세금인 행정비용과 수사 대상이 되는 국민이 치러야 할 포괄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러나 두 기관의 투쟁에는 이 같은 국민 국가 차원의 고민과 이성적 판단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문제는 양보와 타협이 없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검경도 제3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에 ‘대리 논의’를 맡긴 것이 아닌가. 위원회는 내달 초 최종안을 낸다. 검경 양측은 그 결과를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찰의 날 기념식 등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반드시 매듭짓겠다”고 공언했다. 자문위원회 조정안이 됐건, 대통령의 복안이 됐건 검경의 권력싸움을 미봉하는 차원에서 답이 나와서는 안 된다. ‘국민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수사권 체계가 어떤 것인지를, 지금까지 국민이 겪어 온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당신들만의 밥그릇 싸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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