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 추적/문학산에 패트리엇 배치 논란

  • 입력 2005년 4월 13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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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2월 4일 오전 10시 35분경.

인천 연수구 동춘동 봉재산 공군 방공포 부대에서 나이키 허큘리스 지대공 미사일 한발이 잘못 발사됐다. 미사일은 3초 뒤 자폭장치가 작동돼 송도 앞바다 매립지 지상 500m 상공에서 폭발했다.

파편 수 만개가 동춘동 등 아파트 단지에 떨어져 주민 수십 명이 다치고 차량 30여 대가 파손됐다.

그 아찔했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인천 시민들이 요즘 다시 분노하고 있다.

군 당국이 최근 남구 문학산(해발 213m) 정상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반발하고 있는 것.

▽패트리엇 재배치 경위=인천시와 국방부는 미사일 오발 사고 뒤인 2000년 봉재산 기지를 영종도로 이전키로 합의했다. 당시 인천시는 문학산 미사일 통제소도 함께 이전해 줄 것을 요구했고, 국방부는 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봉재산 미사일기지와 문학산 미사일 통제소가 중구 영종도 금산과 예단포 지역으로 각각 이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방부가 봉재산 미사일 기지는 예정대로 이전하지만, 문학산 미사일 통제소는 일부 시설만 이전하고 적의 미사일을 격추시키는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군 당국 입장=국방부는 차기 대공미사일 사업(SAM-X) 계획에 따라 현재 통제소가 위치한 문학산 정상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다.

인천지역에 배치된 낡은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을 교체하는 차원에서 내년부터 2010년까지 신형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

군은 당초 올해부터 이 사업을 추진할 계획었으나 기획예산처와 국회 심의과정에서 예산이 깎이는 바람에 추진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송도국제도시와 충청지역 방어를 위해 패트리엇 배치가 전략상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반발=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등 인천지역 34개 시민사회단체는 12일 ‘문학산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계획 철회 및 시민공원만들기 범시민대책위’를 발족했다. 대책위는 또 인천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등에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매주 일요일 문학산에서 반대서명운동 전개, 문학산 등반대회, 인간띠잇기 등의 행사를 열기로 했다.

:패트리엇 미사일:

1980년대 미국에서 개발한 길이 5.18m, 지름 40.6cm 크기의 지대공 미사일. 최대속도가 마하 6.0, 순항속도 마하 3.0∼3.5이며, 유효 사거리는 70∼80km. 지상에서 24km까지 올라가 목표물 요격이 가능한 최신형 미사일. 국내에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에 의해 미군 부대에 패트리엇(팩-3)이 배치돼 있을 뿐 한국군에는 아직 배치되지 않았다. 이라크 전에서는 연합군 전투기 2대를 적 미사일로 오인해 맞춰 엉터리 무기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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