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마음따로 몸따로’…소비심리 좋아져-실물지표 찬바람

  • 입력 2005년 4월 11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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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심리를 나타내는 경제지표는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는데 실물지표는 뚜렷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11일 최근의 경기동향을 담은 ‘그린 북’을 통해 올 1분기(1∼3월) 경제는 긍정적 지표와 부정적 지표가 섞여 있지만 경기회복세가 미약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재경부 박병원(朴炳元) 차관보는 심리지표와 실물지표 간의 괴리 현상에 대해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은 확실하지만 회복세가 워낙 미미해 외부의 조그만 충격에도 다시 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바닥을 딛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V’자형 경기회복은 어렵고 서서히 올라오는 ‘U’자형 회복세를 띨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지표경기가 개선되더라도 국민 대부분이 경기가 좋아졌다고 느끼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긍정적인 지표는 심리지표와 신용카드 매출액이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3월 소비자기대지수는 102.2로 30개월 만에 100을 넘었다. 소비자기대지수는 6개월 후의 경기나 생활형편에 대한 기대심리를 나타낸 것으로 100 이상이면 현재보다 6개월 후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작년 말부터 눈에 띄게 늘기 시작해 1월(14.8%), 2월(8.5%), 3월(17.3%) 모두 전년 같은 달에 비해 증가세를 나타냈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도 증가세로 바뀌었다. 원화가치 상승, 유가 상승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출은 올해 들어서도 10%대의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활동 동향도 올해 들어 2월 말까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가 증가해 미약하나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지표도 많다.

내구재인 국산차는 2월 한 달간 국내시장에서 7만2000대가 팔려 작년 2월보다 19.9% 감소했고 3월에도 1.1% 줄었다. 음식료, 의약품, 화장품 등 비(非)내구재 판매도 1∼2월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했다.

체감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설경기 지표들도 좋지 않다. 건축허가 면적은 2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 줄었고 건설수주액도 2.6% 감소했다.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던 서비스업 활동도 2월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도소매업과 금융 및 보험, 오락 운동 서비스업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박 차관보는 “1분기 여행 및 유학관련 해외지출이 22억4000만 달러로, 작년 1분기보다 25.9% 증가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심리가 풀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를 해외에서 하고 중간층 이하 소비는 크게 살아나지 않아 전체 경기회복세가 미약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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