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色’ 더 밝게 더 세련되게

  • 입력 2005년 4월 7일 02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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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투어마린, 토파즈 골드, 블루 사파이어, 그린 페리도트…. 보석을 연상시키는 이 생소한 이름들은 기아자동차가 7일 시장에 첫선을 보이는 소형차 ‘프라이드’(리오 후속모델)에 입힐 색깔들이다. ‘고급 소형차’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차 색깔을 모두 보석과 연결시켜 작명(作名)했다. 이 가운데 주력 색깔을 선정하기 위해 기아차는 판매 개시 1개월 전부터 누리꾼(네티즌)을 상대로 가장 마음에 드는 색을 뽑는 이벤트를 벌였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이처럼 색깔을 중시하고 활용하는 ‘컬러 마케팅’에 신경을 쏟고 있다. 소비자의 변화하는 ‘색상 기호’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신차 판매가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밝게, 더 세련되게=20년간 같은 이름을 지켜온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색깔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자동차 색상의 변화를 반영해 왔다.

1985년 첫선을 보였던 쏘나타는 청회색, 진한 회색 등 회색 계열이 가장 많이 팔렸다. ‘쏘나타2’(1993년)로 넘어간 뒤에는 흰색과 은색, ‘쏘나타3’(1996년)에서는 흰색과 담녹색 등이 인기 색상이었으며 1998년 선보인 ‘EF쏘나타’에서는 흰색이 압도적인 비율로 베스트셀러의 위치를 차지했다.

최근 5년 사이에 쏘나타의 인기 색상은 흰색→진주색→크리스털 실버(밝은 은색)로 바뀌어 왔다. 2001년형 ‘뉴EF쏘나타’는 흰색(31.4%)이 진주색(29.8%)을 제치고 많이 팔렸지만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진주색이 흰색을 앞질렀다. 지난해 9월 나온 ‘쏘나타(NF)’의 최고 인기 색깔은 ‘크리스털 실버(36.8%)’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같은 흰색 계통이라도 ‘밋밋한 흰색’보다 세련된 이미지가 첨가된 색상으로 소비자들의 기호가 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쏘나타의 색상 변화는 한국 소비자의 자동차에 대한 인식 변화도 반영한다. ‘대형 세단’은 어두운 색상이, 중소형 차량은 밝은 색상이 많이 팔린다는 것은 자동차 업계의 상식.

1980년대에 짙은 색깔이 주류를 이루던 쏘나타의 색상이 점점 밝아진 이유는 국민소득 증가와 맞물려 쏘나타를 ‘대형차’로 보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중형차’로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자동차 색깔의 고정관념을 깨라=최근에는 ‘대형차=검은색’ ‘소형차=흰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첫선을 보인 르노삼성자동차의 ‘SM7’은 ‘익스트림 블루(연하늘색)’와 ‘애틀랜틱 블루(파랑)’ 등 대형차에는 쓰이지 않던 파란색 계통을 채택했다. 반면 최근 시장에 나온 GM대우자동차의 경차 ‘올 뉴 마티즈’는 소형차에 거의 쓰이지 않던 ‘흑진주색’을 채택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스포티지’를 내놓으면서 ‘하와이안 블루(파란색 계열)’ 색상을 파격적으로 선보였다. SUV 색깔에 푸른색을 도입한 ‘공로’로 기아차는 지난해 한국색채학회가 선정한 ‘한국색채디자인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과감한 시도가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1994년 소형차 엑센트에 채도를 낮춘 보라색 하늘색 등 ‘파스텔 톤’을 야심차게 도입했지만 2년이 못 가 이 색깔들은 자취를 감췄다.

정해진 색깔에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도 컬러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 GM대우차의 올 뉴 마티즈는 ‘잔디색’ ‘지중해색’ ‘맑은 하늘색’ 등의 경쾌한 이름을 채택했고, 르노삼성차는 SM3의 주홍색에 ‘태양과 키스한다’는 뜻의 ‘선 키스 오렌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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