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요리는 않고 접시만 깨는’ 한나라당

  • 입력 2005년 4월 1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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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허구한 날 분파(分派) 싸움에 바쁘다. ‘민주 정당’의 활발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보기에는 도가 지나치다. 조기 전당대회 소집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인 그제 당 상임운영위원회에서는 당 중진과 소장파 간에 ‘갑신정변’ ‘매국노’ ‘탄핵’ 같은 험한 말들이 오갔다고 한다.

이뿐이 아니다. 박근혜 대표체제가 당 절차에 따라 공식출범한 뒤 1년 남짓 사이에 ‘친박(親朴)’과 ‘반박(反朴)’ 간의 지도체제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임시국회에서의 쟁점 법안 처리의 각론을 둘러싸고도 중구난방(衆口難防)이다. 국가보안법 개폐(改廢)를 놓고는 개혁파와 보수파, ‘수도 분할’ 문제에 대해서는 수도권파와 비수도권파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 당 쇄신책을 내놓겠다며 구성된 혁신위원회의 권한 문제 하나도 정리하지 못한 채 불협화음만 빚고 있다.

보수 중도 개혁 등 광범위한 이념적 스펙트럼에 세대와 지역간 인식 차이가 존재하는 한나라당 안에서 여러 갈래의 목소리가 분출될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가닥과 줄거리라도 잡아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어느 사안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당론으로 제1야당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우왕좌왕 정당’ ‘트집만 잡는 정당’ ‘정체성(正體性) 회색 정당’으로 언제까지 표류만 할 것인가.

지난해 ‘탄핵 역풍’ 속에서도 국민이 한나라당에 121석을 준 것은 합리적 대안(代案) 세력으로서 여권(與圈)의 월권과 독주를 견제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줄곧 여권에 끌려다니기만 했다. 야당으로서의 대안도, 투쟁력도 실종됐다. 이런 무능, 무기력, 무책임에 국민은 등을 돌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속 빈 ‘선명성 경쟁’과 ‘이미지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생(民生)의 밥상을 차리는 일로 여당과 승부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요리는 한 점도 내놓지 못하면서 접시만 깨고 있는 모습이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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