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희망의 안전鐵로”…대구 중앙로역 재개통

  • 입력 2003년 12월 31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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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방화 참사의 현장인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이 화재 발생 10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 31일 정상화됐다. 중앙로역사는 재난 예방 등을 위한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대구=뉴시스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의 현장인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이 화재 발생 10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 31일 정상화됐다. 중앙로역사는 재난 예방 등을 위한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대구=뉴시스
‘그날의 교훈을 잊지 않고 안전한 지하철로 거듭나겠습니다.’

지난해 2월 18일 어이없는 방화로 192명이 숨지고 148명이 부상한 현장인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이 12월 31일 10개월여 만에 옛 모습을 되찾았다.

이날 오전 5시29분 1001호 전동차(기관사 김병재·30)가 10여명의 승객을 태운 채 중앙로역에 도착하면서 정상 운행이 시작됐다. 이 전동차는 중앙로역에서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안내방송을 했으며 승객들은 잠시 묵념을 하기도 했다.

출근길에 중앙로역을 이용한 시민 김인수씨(35·회사원·대구 남구 대명동)는 “그동안 전동차가 중앙로역에서 서지 않고 지나칠 때마다 사고 당시의 ‘악몽’이 떠올랐다”면서 “이제 안전한 지하철 운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업무에 복귀한 중앙로역 역무원 이천근(李千根·33)씨는 “사고 당시의 참혹한 현장과 희생자의 고통을 잠시라도 잊어 본 적이 없다”면서 “시민들이 마음 놓고 중앙로역을 이용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중앙로역은 참사 이후 현장 보존과 지하철 안전성 확보 문제 등으로 복구가 늦어졌다. 대구지하철공사는 지난해 7월부터 연인원 1만8000여명과 사업비 246억원을 투입해 첨단 중앙로역을 만들었다.

전국 최초로 화재 발생 때 천장에서 부채꼴로 물이 뿜어져 나오면서 방사열과 연기 등의 확산을 차단하는 ‘수막차단벽’이 승강장 입구에 설치됐다.

또 정전 때 대피하는 승객들의 길잡이 역을 하는 축광(蓄光) 타일이 바닥과 계단 등지에 깔렸다. 역 구내에 설치된 폐쇄회로 TV는 화재감지 시설과 연계해 작동된다.

대구지하철 전동차의 객실 의자와 등받이 등은 방염처리됐으며 각 역의 피난구와 유도등이 증설됐다.

이훈(李薰)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은 “시민들의 충실한 발이 되고자 복구 작업에 최선을 다했다”면서 “가장 안전하고 모범적인 대구지하철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희생자 유족들이 ‘교훈을 남겨야 한다’며 참사 현장 보존의 필요성을 주장해 지하철공사측은 중앙로역 2층 대합실 한쪽 벽면에 사고 직후의 현장(길이 20여m, 높이 3m)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있다.

지하철공사측이 차단막으로 가려놓은 이곳에는 연기에 그을린 공중전화부스와 물품보관대 등과 ‘추모의 글’ 등 사고 당시의 참혹함을 알 수 있는 물품 등이 그대로 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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