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앤문 비리]野 “검은돈 거래… 부적절한 관계 드러나”

  • 입력 2003년 12월 1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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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택수 대통령제1부속실 행정관이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등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이 잇따라 비리파문에 휩싸여 있다. 5월 1일 대통령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에 앞서 귀엣말을 나누고 있는 이광재 당시 대통령국정상황실장(왼쪽)과 여택수 행정관. -연합
여택수 대통령제1부속실 행정관이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등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이 잇따라 비리파문에 휩싸여 있다. 5월 1일 대통령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에 앞서 귀엣말을 나누고 있는 이광재 당시 대통령국정상황실장(왼쪽)과 여택수 행정관. -연합
‘썬앤문 게이트’의 파도가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썬앤문그룹 문병욱(文丙旭·구속) 회장과의 관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회장은 노 대통령의 고교(부산상고) 4년 후배로 노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회장이 지난해 대통령선거 기간 중인 12월 초 부산에서 노 후보를 만나고, 노 대통령 취임 후엔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식사를 했다는 얘기도 이 같은 두 사람의 가까운 관계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런 연유로 문 회장은 노 대통령 측근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 회장이 지난해 노 대통령과 가까운 신상우(辛相佑) 전 국회부의장과 노 대통령 측근인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 여택수(呂澤壽) 대통령제1부속실 행정관에게 돈을 건넨 데 이어 또 다른 핵심 측근인 안희정(安熙正)씨에겐 감세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것도 이런 정황 때문이다.

물론 문 회장의 돈 전달에 대해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여 행정관은) 대선 후원금으로 받았다”고 해명했다. 신 전 부의장측도 “고교 동문회 기금으로 받은 것”이라며 불법대선자금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야당은 “‘부적절한 거래’의 증거가 드러났다”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문 회장이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고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것은 대통령측과 맺어온 돈독한 관계 덕분이라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전략기획위원장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작은 호텔을 운영하던 업주(문 회장)가 어떻게 1년6개월 만에 서울 강남과 인천 경기의 여러 호텔을 다 먹을 수 있었겠느냐”며 “검찰은 그 뒤에 누가 있는지 수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또 다른 핵심당직자는 “현재 썬앤문그룹과 문 회장에 대한 다양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며 “제보 내용을 확인하는 대로 측근비리 특검에 수사 기초자료로 넘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도 “문 회장은 노 대통령의 후보시절 지방순회 일정 등에 필요한 격려금 등 ‘노잣돈’을 줌으로써 노 대통령측에 무척 고마운 존재로 자리 잡았다”며 “단순히 측근들에게 용돈 주려고 (대선당시) 지방일정까지 따라붙었다고 볼 수 없다. 노 대통령을 위해 나선 것이다”고 분석했다.

수사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문씨는 사업 확장 과정에서도 상당히 영리하고 용의주도한 스타일이었다”며 “노 대통령에 대해서도 경제적이면서도 빛이 확실히 나는 시점을 택해 적절한 도움을 주는 후원자로 관계를 설정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의 한 측근은 “문 회장은 창신섬유 강금원 회장 등과 함께 노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 중 한 명”이라며 “그러나 손이 그렇게 크지는 않아서 큰돈을 후원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 캠프 내에서는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문 회장과 오래전부터 교유가 있었고, 386 참모들은 문 회장이 후원자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며 “지난해 경선과 대선을 치르게 되면서 캠프의 살림살이를 맡았던 안희정씨 등과 본격적으로 접촉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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