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총재 대국민사과 전문

  • 입력 2003년 12월 15일 13시 18분


코멘트
충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대선에서 우리당은 기업으로부터 500억원가량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아 선거에 사용했습니다. 대선 승리만이 나라를 위한 길이라는 심정이 아무리 절박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불법적인 방법을 택한 것은 결코 옳지 않은 일이었다고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이 점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지금은 백마디 말보다 행동으로써 저의 책임을 다할 때입니다.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은 대선 후보였던 제가 시켜서 한 일이며,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는 것을 국민여러분 앞에 고백합니다. 앞으로 어떠한 추가적인 불법자금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그 또한 모두 저의 책임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저는 오늘 이 회견이 끝나는 즉시 검찰에 자진 출두해서 이러한 사실을 진술하고 국법이 정한 심판을 받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사랑하는 한나라당 당원동지 여러분, 이 일로 이미 우리당의 당원 최돈웅 전 재정위원장과 김영일 전 총장이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서정우 전 고문과 이재현 전 재정국장이 구속됐습니다. 이분들은 오랫동안 저와 고락을 같이 해온 사람들입니다.

기업들이 과연 누구를 보고 이 사람들에게 그 큰 돈을 줬겠습니까. 당연히 대선후보였던 저를 보고 준것입니다. 돈을 받은 사람들도 당과 대선 승리를 위해서 몸을 던져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대선 후보이자 최종채임자인 제가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제가 이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감옥에 가겠습니다. 최종책임자인 제가 처벌을 받기 위해 나선 이상 이들에게는 법이 허락하는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어 주시고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가도록 해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 연루된 기업인들도 이제는 정치의 질곡에서 벗어나 다시 경제 살리기에 헌신할 수 있도록 선처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지금 이 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절박합니다. 우리는 하루속히 과거를 털고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 대선자금이라는 어두운 과거가 이 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대리인들만 처벌을 받고 최종 책임자는 제외삼는 이런 풍토에서는 결코 대선자금의 어두운 과거가 청산될 수 없습니다.

오늘 저의 결심이 작금의 국가적 혼돈을 끝내고 우리 모두 새시대를 향하여 역사를 한걸음 진보시키는 진정한 정치개혁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로써 저 이회창이 새 시대를 열고 국민을 화합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또한 한나라당은 저 이회창을 밟고 지나가서라도 부디 나라를 위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새롭게 거듭 태어나기를 소망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정치에 들어선 지난 7년여 세월을 돌이켜 보면서 제 가슴은 말로 다하기 어려운 감회로 가득합니다.

국민여러분의 격려와 사랑은 저에게 영광이요, 삶의 보람이었습니다. 어려울 때마다 저를 따듯하게 감싸안아주신 국민과 당원들께 진 빚을 제가 어떻게 갚을 수 있겠습니까.

고난과 역경도 참으로 많았습니다. 말씀드리기 대단히 송구스럽지만 저 역시 정치인이기 전에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 사랑하는 가족들이 고통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괴로울 때도 많았습니다.

이제 다 털고 갑니다. 역사의 풍랑에 제 자신을 던지려 합니다.

제가 그토록 갈구해왔던 법과 원칙이 바로 선 나라, 인간의 존업과 가치가 존중받는 나라를 향한 꿈이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갑니다.

그동안 이 못난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걸었던 국민들과 당원동지 여러분의 큰 사랑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