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연석회의]“자기 반성부터” “對與 강경투쟁”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8시 53분


코멘트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왼쪽)는 31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이 당의 전면적인 개혁을 주문하자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왼쪽)는 31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이 당의 전면적인 개혁을 주문하자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은 31일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회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를 갖고 SK비자금 100억원 유입 파문과 관련해 사과한 뒤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사과문에서 “이번 비자금 사건은 명백히 우리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들도 책임을 통감해야 할 중차대한 사안임을 고백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연석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출입기자들에게 ‘사과 이벤트’의 하나로 붉은색 사과를 하나씩 돌리기도 했다.

▽“자기반성이 우선”=최병렬(崔秉烈) 대표는 회의 첫머리에서 “야당이 명분을 잃을 때 부닥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현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정치자금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한다면 중앙당 및 지구당 위상변화는 감수해야 한다”며 대대적인 당 내부 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최 대표의 자기혁신 방안을 소장파인 오세훈(吳世勳) 의원이 바로 이어받았다. 오 의원은 이날 기업의 정치후원금이 없다는 점을 전제로 법인세 1%의 정치자금화를 제안했다. 그는 “2002년 기준 17조원대인 법인세의 1%는 17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정당후원금 1500억원을 넘는 액수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돈 먹는 하마’로 통하는 지구당 및 중앙당의 대폭축소, 시도지부의 선거 때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중앙당사를 매각하고 그 대금 가운데 100억원을 법원이 한나라당에 추징금을 선고하기 전에 스스로 헌납하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 대표와 홍사덕(洪思德) 총무에게 “비워두고 있는 국회 내 사무실로 집무실을 옮겨 중앙당 슬림화에 앞장서 달라”고 촉구했다.

남경필(南景弼) 원희룡(元喜龍) 의원은 지구당위원장 전원 사퇴를 주장했다. 남 의원은 “대선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지구당 위원장이 있느냐”고 반문한 뒤 “자기반성을 위해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국민은 우리 당을 범죄 집단으로 보고 있다”며 “거듭 태어나기 위해선 전 지구당위원장이 총사퇴를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이들 의원들의 발언 도중 “국회의원은 사퇴 안하나.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 하세요”라는 등의 비판 발언도 튀어나왔다.

▽“대통령도 잘못했다”=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대선비자금에 대해선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상 강경 대여투쟁으로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이재오(李在五) 비상대책위원장 겸 사무총장은 “권력이 ‘실패한 권력’인 야당에만 무자비하게 당 해체를 요구하는 상황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선자금의 불법 유용 여부에 대해서는 여야를 가리지 말고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洪準杓) 전략기획위원장은 “(여야가 불법자금을 쓴 상황에서) 우리가 단 1원도 받지 않았다고 검찰 수사내용을 부인한 것이 국민적 저항을 불렀다”며 정직하지 못한 대응을 자책했다. 그러나 그는 “한나라당만 수사하는 것은 형평성 위반이다”며 강력한 대여투쟁을 주문했다. 김명윤(金命潤) 당 고문은 “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송두율 간첩에 대해 관용을 베풀자고 한 것은 충분한 탄핵조건이 된다”고 주장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