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가파른 원高 초비상

  • 입력 2003년 7월 21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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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고 연일 비판하면서 아시아 국가와 미국 및 EU 사이에 ‘환율전쟁’이 벌어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는 지난 1년6개월 동안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이미 크게 오른 데다 환투기 자금이 몰려와 원화가치가 더욱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럴 경우 한국의 수출경쟁력은 약화된다.

반면에 한국의 무역 경쟁국인 중국과 대만은 같은 기간에 미 달러화에 대한 자국 통화의 가치를 고정시키고 있다.

21일 한국은행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작년 1월 말부터 올해 6월 말까지 9.0% 상승(원화 환율은 하락)한 반면 중국 위안화 가치는 같은 기간에 0.01% 하락했고 대만 달러화는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는 같은 기간에 25.3% 상승했고 일 엔화도 11.0% 상승했다.

원화가치가 오름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작년 평균 달러당 1251.24원에서 6월 중 1193.45원으로 떨어진 뒤 7월 들어 1170∼118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공화, 민주 양당 상원의원들은 17일 미 재무부에 대해 중국이 수출품 가격 인하를 위해 자국 통화(위안)를 고의적으로 저평가하고 있는지를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당분간 위안화에 손댈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 환율을 고수할 방침”이라고 반발했다.

외환 당국은 일본 대만 홍콩 등도 최근 적극적인 구두(口頭) 개입과 금리인하 등을 통해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어 한국의 수출산업이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환율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과 정부 부처는 8000억원밖에 남지 않은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한도를 보충하기 위해 국회에서 4조원의 추가 발행을 승인받기로 했다.

하지만 외환 전문가들은 정부의 시장개입만으론 원화가치 상승의 대세를 막기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 원화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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