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현정부 지지 철회하겠다”…위원장 구속 반발

  • 입력 2003년 7월 18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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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집단 연가 투쟁을 주도한 혐의로 원영만(元寧萬) 위원장이 17일 구속된 데 대해 크게 반발해 강경 투쟁을 천명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2가 본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직 위원장을 구속한 것은 전교조 활동 전체에 대한 비열한 탄압”이라며 “이제 현 정부의 개혁에 대한 모든 기대와 지지를 철회하고 정부와의 모든 대화나 협의기구 참여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그동안 개혁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감 때문에 비판을 유보해왔던 시민사회단체들도 현 정부에 대한 기대를 철회하고 대정부 비판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교조가 이날 홈페이지에 ‘우린 물러서지 않는다. 이젠 반격이다’는 격문성 문구를 올린 것에서 보듯 현 집행부는 강경 투쟁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는 우선 집행부 공백을 막기 위해 장혜옥 수석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맡는 등 비상 체제로 돌입했다. 2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에서 원 위원장 석방을 요구하는 전국 단위 집회를 열고 매주 수요일 오후 전국 주요 도시에서 전교조 탄압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또 여름방학이 끝난 뒤에는 일선 학교의 비리 사례를 집중 제기하고 교장 등 학교 관리자와 교육당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계획이다.

차상철 사무차장은 “교육개혁을 더 이상 현 정부에 맡겨둘 수 없어 전교조 차원에서 하반기부터 관리자의 부패 사례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교조의 고민도 적지 않다. 우선 19일을 전후로 초중고교의 여름방학이 시작돼 투쟁 열기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집행위원회 내부에서 강경 일변도의 투쟁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만만치 않아 계속 공세를 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그동안 수차례 열린 중앙집행위 회의 때 일부 위원들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를 투쟁 안건으로 설정한 것은 실수”라며 집행부를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연가투쟁 참석 인원이 당초 예상보다 적었던 것도 상대적으로 온건한 일부 시도지부가 적극성을 띠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17일 전교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위원장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현장에 시도지부장이 2명밖에 없었다”며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는 원 위원장의 조직 장악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것.

이에 따라 전교조가 당분간은 강경 투쟁을 내세워 정부와 대결하는 모습을 취하겠지만 집행부가 최소한의 명분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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