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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프로젝트]<11>유네스코 위성감시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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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프로젝트]<11>유네스코 위성감시 시스템

입력 2003-07-17 19:01수정 2009-10-1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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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자연 및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글로벌 프로젝트에는 공간의 한계가 있을 수 없다. 눈을 우주로 돌려보면 지구 상공을 도는 수많은 인공위성이 이미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2001년 10월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유네스코와 유럽우주국(ESA)은 ‘개방 이니셔티브’라는 이름의 기념비적인 합의에 도달한다. ESA가 유네스코 월드헤리티지센터(WHC·World Heritage Center)에 등록된 세계 문화 자연 유산의 위성사진과 관련 기술을 개발도상국에 제공키로 한 것. 그때까지 위성사진은 우주기술과 우주센터 등을 가진 일부 국가만 독점해 왔다.

유네스코와 ESA가 ‘개방 이니셔티브’ 첫 사업으로 택한 지역은 아프리카 열대림이었다. 오랜 내전에 시달린 아프리카 피란민들은 숲속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갔다. 난민들은 생활 터전을 닦기 위해 나무를 잘랐고, 덩달아 상아를 노리는 밀렵꾼의 행동반경도 넓어졌다. 원시림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깨졌다. 생태 환경에 치명적인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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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피해자(?)는 고릴라였다. 인간들이 숲으로 들이닥치면서 해발 2000∼3000m의 아프리카 열대림에 흩어져 살던 고릴라들의 생태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아프리카 환경보호단체들은 보고했다.

유네스코와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등 아프리카 국가의 공동 조사 결과 중앙아프리카 고릴라 주거지 600여곳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WHC에 등록된 세계 자연 유산인 콩고민주공의 비룽가국립공원이 가장 위험한 수준이었다.

79만ha의 방대한 면적의 비룽가공원은 해발 0∼5000m에 걸쳐 있어 고도차가 심한 지형인 데다 울창한 열대림과 복잡한 기후변화 등으로 연구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변변한 지도조차 없었다. 여기서 ESA의 우주 기술이 빛을 발했다. ESA는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비룽가공원의 고릴라 주거 환경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위성사진들을 제공했다.

이 사진들에다 콩고민주공측이 작성한 현지 지도, 벨기에 정부의 자금과 전문가 지원, 지리정보시스템(GIS) 등의 첨단기술이 결합돼 10년 동안 고릴라 생태환경 변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3차원 지도가 완성됐다.

유네스코는 이 지도를 콩고자연연구소(ICCN)에 제공했다. 이에 따라 ICCN은 고릴라 주거지의 생태환경 개선작업의 우선순위를 정했으며, 현재 그 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WHC의 원거리탐지팀의 마리오 에르난데스 팀장은 “비룽가 프로젝트는 우주기술과 컴퓨터 그래픽 등 첨단과학과 현지 연구소의 현장조사, 선진국 개도국 국제기구가 협력해 세계 유산을 보존한 성공사례”라고 말했다.

위성사진의 장점은 세계 유산 자체뿐 아니라 주변 생태환경과의 관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유네스코에 제공한 이과수폭포 위성사진이 좋은 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국경에 있는 이 폭포를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주변 공항부지가 점차 확장되고 △공항에서 폭포에 이르는 새로운 도로들이 건설되고 있으며 △주변 도시 또한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위성사진을 통해 드러났다. 유네스코는 이 사진들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폭포 주변국에 넘겨주며 “주변 환경 변화가 세계 자연 유산인 이과수폭포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유네스코는 위성사진을 통해 베이징(北京) 쯔진청(紫禁城) 주변의 허물어져가는 주택가 등이 문화유산인 쯔진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1972년 체결된 세계유산협약(World Heritage Convention)은 세계 유산 자체인 핵심지역의 보호를 위해 주변에 완충지역을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주 기술은 세계 유산의 보존뿐 아니라 발굴에도 큰 몫을 했다. 1992년 발굴된 아라비아반도의 고대도시 우바의 존재는 인공위성을 통한 원거리 탐지 기술로 확인됐다.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파괴돼온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도 10년 이상의 위성 탐지를 거쳐 2000년에야 완전한 평면도를 만들 수 있었다.

우주 기술의 활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00년 6월 우주센터를 가진 나라들은 ‘자연 및 인간 재해 헌장(the Charter for Natural and Manmade Hazards)’에 합의했다. 이 헌장에 따라 재난 발생시 위성사진 등 관련 자료들을 피해국에 무상 제공키로 했다.

NASA는 지난해 여름 유럽 홍수 때 수해 지역 위성사진을 실시간으로 피해국에 제공했다. 이 사진들은 중근세 문화의 보고(寶庫)인 중동유럽의 문화 유산 보호에 크게 기여했다. 오랑우탄의 주거지를 위협한 인도네시아의 산불과 콩고민주공의 고마화산 폭발, 남아프리카의 석유 누출 사고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주 기술을 세계 유산의 보존에 활용하려면 기술을 가진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기술 공유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유네스코는 세계 유산 보존을 위한 범(汎)지구적 우주 기술 협력체제를 구축하려 한다.

유네스코는 ESA에 이어 NASA와도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막바지 합의단계에 와 있다. 프랑스 캐나다 인도 호주 브라질의 우주센터 등과도 협의 중이다. 이 같은 협력체제를 바탕으로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 730개 자연 문화 유산과 모든 열대림에 대한 위성사진 및 생태환경 자료를 확보한다는 게 유네스코의 계획이다.

NASA의 지구과학센터 부소장 가셈 R 아스라 박사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우주 기술을 이용한 세계유산보호회의’에서는 우주 기술 활용의 의미를 이렇게 요약했다. “현미경을 통해 인간의 환부(患部)를 들여다보듯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를 들여다보고, 보존해야 할 세계 유산에 아픈 곳이 있다면 이를 치유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지구 상공을 도는 위성을 통해 찍은 정밀사진이 세계의 문화재나 자연환경 보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진 1과 3은 베이징의 쯔진청과 이집트 피라미드의 위성사진. 사진 2는 이과수폭포 위성사진과 폭포 전경을 합성한 사진. -사진제공 유네스코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무심코 저지르는 훼손 위성으로 판별가능”▼

“당신 차를 이쪽 도로에 세웠나. 현재 민간 위성사진은 지표면 60cm 이상 물체까지 식별이 가능하다.”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 월드헤리티지센터에서 만난 원거리 탐지팀의 마리오 에르난데스 팀장은 유네스코 본부와 그 주변 도로를 찍은 위성사진을 보여주며 우주 기술의 ‘위력’을 설명했다.

―그래도 우주 기술을 세계 유산 보호에 활용한다는 게 와 닿지 않는데….

“(이집트의 한 피라미드 위성사진을 꺼내며)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위성사진을 통해 관광객들이 피라미드 주변 고대 유적의 잔재 위를 걸어서 피라미드로 접근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즉각 이집트 정부에 관광객 접근로를 바꾸라고 요구했다. 위성사진이 아니었다면 쉽게 식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돈이 많이 들 것 같은데….

“당신이 본 위성사진들은 한 장을 찍는 데 드는 비용이 100만달러(약 12억원) 이상이다. 유네스코는 위성사진을 제공하는 우주센터와 협력관계를 맺을 때 ‘자금 이전 금지(No Exchange of funds)’라는 원칙을 갖고 있다. 즉 그들의 비용을 그들이 내고, 우리 비용은 우리가 낸다. 물론 우리가 쓰는 비용은 그들에 비해 상대가 안 되지만….”(웃음)

―우주기술을 가진 나라들의 협조는 어떤가. 군사위성의 협조도 받는가.

“각국의 협조는 현재까지 만족스럽다. 특히 유럽우주국(ESA)이 세계 유산 보호를 위해 위성사진을 개도국에 제공키로 한 것은 큰 성과다. 군사 위성의 신세를 질 필요는 없다. 민간 위성의 성능이 충분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우주 기술 활용의 한계는 뭔가.

“원거리 탐지 기술이 세계 유산에 대한 인간의 직접 관찰을 대체할 수는 없다. 역사 유적의 보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습도나 균열 같은 것은 아직도 위성사진으로 찾아내기 어렵다. 지역 전문가들과 함께 세계 자연유산인 아프리카의 한 국립공원을 둘러본 적이 있는데 오랜 경험에서 축적된 그들의 전문지식은 우주 기술로는 찾아낼 수 없는 문제들을 짚어냈다.”

그러면서도 에르난데스 팀장은 “많은 개도국 전문가의 불행은 그들의 문화 자연 유산이 훼손되는 이유를 모르는 게 아니라 그들의 호소를 들어줄 당국이나 대처수단이 없는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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