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커플 “일단 살아보고… 혼인신고는 나중에”

  • 입력 2003년 7월 17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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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올리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부부가 늘고 있다. 최근 ‘동거’를 소재로 한 TV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등 동거와 ‘사실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결혼식은 올리되 법적 부부가 되는 것을 꺼리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

사실혼은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동거와는 달리 법적 신분을 제외하면 실제 부부와 거의 똑같기 때문에 최근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결혼 패턴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특히 법적 신고를 미루는 사실혼 관계는 재혼 부부의 경우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혼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결혼정보업체나 가정법률상담소 등에 따르면 결혼식을 올린 뒤 1∼2년 이내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부부가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결혼정보업체 듀오 김상민(金相玟·38·여) 재혼관리팀장은 “사실혼 경력 때문에 재혼으로 분류된 사람이 올해는 평소보다 30%가량 늘어 20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또 4월 이 회사가 30대 재혼 희망자 3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신혼여행 직후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36%(110명)에 불과했다.

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법률상 이혼에 해당하는 ‘사실혼 해소’에 대한 법률상담을 받기 위해 매년 200여쌍의 사실혼 부부가 찾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혼의 인기는 법적 신고를 해야 성립하는 법률혼이 지닌 부담감을 줄여보려는 젊은 세대들의 심리가 반영된 현상. 이들은 호적상 이혼 경력이 남는 것이 사회적으로 짐이 된다는 이유 등으로 혼인신고를 꺼린다는 것.

지난해 초 결혼한 회사원 이모씨(27·여)는 혼인신고는 빨리 하는 것이 아니라는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구청에 가는 일’을 잠시 미뤘다. 그러나 성격차로 남편과 갈등이 생기자 그는 “어차피 호적에 빨간줄 남는 것도 아닌데…”라는 주위의 조언에 따라 1년 남짓 만에 남편과 갈라서 버렸다.

또 지난달 결혼한 회사원 박모씨(29·여)는 “같이 살면서 여러 가지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다”며 “나뿐 아니라 많은 젊은 부부가 혼인신고를 늦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혼 관계는 서로에 대한 책임감과 구속력이 약해 결혼생활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함께 고민하기보다는 ‘이별’이라는 방법으로 손쉽게 해결하려는 풍조를 확산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무법인 서석의 이현재(李賢宰) 변호사는 “사실혼 관계의 부부는 책임감과 서로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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