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 10월 사직벌은 물론 부산하늘을 뜨겁게 달구었던 부산AG는 세계에 부산의 네임밸류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사상최대인 44개국이 참가했고, 특히 북한이 참가하면서 대회는 더욱 빛났다.
대회 후 부산시는 시민통합과 부산발전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며 2003년의 시정목표를 ‘희망과 도약, 세계도시 부산’으로 정하기도 했다.부산AG는 자원봉사자와 서포터스를 비롯한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만들어낸 시민 전체의 걸작품이었다. 물론 몇 년간 대회준비를 위해 고생한 450명의 AG조직위원회 직원들의 고생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AG조직위를 해산하고 청산법인으로 전환한 2월말까지 법인근무자 40여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임 근무처 중앙부서와 부산시, 시교육청, 체육회 등으로 복귀 했다.
그러나 당시 화려한 무대 뒤에서 묵묵히 궂은 일 마다않던 전문계약직 직원 89명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들은 대회 5년 전부터 2001년까지 연차적으로 채용돼 1년마다 계약을 맺은 통 번역, 홍보, 정보, 통신 직원.
한 가정의 가장인 A씨는 “대회를 앞두고 늦게까지 사무실을 지켰던 직원은 대부분 계약직이었다”며 “파견된 공무원들보다는 훨씬 박봉이었지만 부산시민이란 ‘자긍심’ 하나로 버텼는데 남은 건 ‘실업자’ 딱지뿐”이라고 말했다.
89명의 계약직 직원 중 50여명은 관심에서 멀어진 채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30여명만 대구 유니버시아드조직위로 갔거나 일부 업체에 취직하는 등 일자리를 찾았다.
“채용당시 사후 일자리를 약속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86AG, 88올림픽 때 근무했던 계약직 직원에 대해 해당 자치단체에서는 어떤 식으로든지 자리를 보장해 주지 않았습니까.”
B씨는 “‘500억 흑자대회다’라고 자랑만 하지 말고 진정 우리의 처지를 한번쯤 생각해 달라”고 부산시와 청산법인에 요구했다.
부산AG 발전의 밑거름이 된 이들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