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포럼]강무현/물에 녹는 어망, 바다를 살린다

  • 입력 2003년 7월 14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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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온갖 생물의 보고(寶庫)이자 광물자원의 공급처이기도 하다. 그러나 산업발전과 함께 자주 발생하고 있는 유류 오염사고, 화학·방사성 물질의 방류 등이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육상에서 흘러 들어온 플라스틱 폐기물, 플라스틱 합성섬유로 제조된 침체(沈滯) 어망 등에 의한 해양 생태계 오염이 새로운 환경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플라스틱 제품들은 자연에서 분해되기 어렵고 소각할 경우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용 후 처리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 제품이 바다에 버려지거나 유실될 경우 장시간 바다 속을 표류하면서 해양 생물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며, 해변에 흘러와서는 해안 경관을 헤친다. 그뿐만 아니라 바다 속에 버려진 침체 어망에 인간이 잡아먹지도 않는 물고기가 걸리고 이들 물고기를 먹기 위해 몰려든 또 다른 물고기가 어획되는, 이른바 유령어업(Ghost Fishing)의 악순환으로 인해 생물자원의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

이처럼 플라스틱에 의한 해양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이 보고되자,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자국 해안 및 연근해 수역에 분포하는 플라스틱의 밀도 및 피해를 조사하고 있다. 미국의 해양환경보호단체 CMC(Center for Marine Conservation)는 해양오염 방지, 종 다양성 보전, 해양생물의 서식지 보전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각국 환경단체와 연계된 해안정화(Beach Clean Up) 운동 등으로 해안 및 해저 쓰레기 수거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해양 폐기물 정화사업의 일환으로 해양쓰레기 수거사업, 침체 어망 인양사업, 해양폐기물 수거 처리사업 등에 연간 약 13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으로 최근 어업인들도 해양 생태계의 보전이 지속적인 어업을 가능하게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조업 중 인양된 폐 어구(漁具)를 육상으로 가져오는 등의 방법으로 침체 어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만으로는 침체 어망을 근원적으로 방지할 수 없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는 어구 재료의 개발 및 사용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 일본 등에서는 토양 또는 해양 속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재료를 이용한 쓰레기봉투와 퇴비용 봉지 등이 널리 사용되고 있고, 이들 재료의 사용이 법제화되는 추세에 있다.

바다 속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재료로는 천연 고분자(셀룰로오스, 전분 등), 합성 고분자, 미생물이 생산하는 고분자 등이 있다. 이 중 최근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가공성과 안정성이 우수한 합성 고분자다. 합성 고분자 중에서도 지방족 폴리에스테르 등은 미생물에 의해 쉽게 분해되고 강도(나일론의 80∼90%)가 우수해 어구재료로 실용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해양생태계 보전 및 유령어업 방지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2002년부터 5년 계획으로 생분해성 어구개발에 착수했다. 다양한 생분해성 수지를 사용해 어업용 자재를 제작하고, 이들 자재의 물리적 특성과 환경 안정성을 분석할 계획이다. 이 연구로 한국 연근해 어구의 대부분은 생분해성 어구로 교체돼 해양 환경보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무현 부산 국립수산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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