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포럼]고충석/‘제주특별道’ 만들자

  • 입력 2003년 8월 18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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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키워드의 하나는 지방분권이다. 이를 위해 지방분권특별법(안)도 마련됐다.

이런 흐름에 맞춰 제주도에서는 최근 ‘지방자치 시범지역’으로 가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논의는 전국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지방자치가 아닌, 제주의 여건과 잠재력을 살릴 수 있는 ‘제주형’ 지방자치제도를 모색하자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기업이 그 규모에 따라 운영방식이 다른 것처럼, 지방자치도 그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자치모형을 설정해야 경쟁력과 공공서비스의 능률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제주도의 시범자치화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행 3단계로 이루어진 지방자치 행정 계층구조(광역시도, 시군구, 읍면동)가 과연 제주 지역에 적합한가를 근본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이다.

제주도의 자치모형 설정에 있어 몇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지방자치는 그 지역에 맞는 자치의 모습을 갖추면서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상 하나의 문화권을 이루고 있으며, 도내 각 지역간 산업구조의 차이도 없다. 인구규모(약 55만명)도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제를 다른 지역과 똑같이 획일적으로 적용할 경우 제주의 가치와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없다.

둘째, 제주는 교통 및 통신의 발달로 현행 행정구조가 유효치 않게 됐다. 과거 지방자치의 본향인 영국에서는 통상 도보로 1시간 정도 내외의 거리가 기초자치단체의 구역설정 기준이었다. 하지만 이제 제주는 전 지역이 자동차로 1시간대 교통권으로 편입됐다. 또 e메일을 통한 민원서비스 공급 등이 보편화되면서 행정관청에 갈 일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셋째, 그동안 민선 지방자치를 시행한 결과 현행 행정구조는 많은 문제점을 노정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간 중복 행정으로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고, 자원배분 왜곡으로 인해 제주시와 다른 시군과의 경제력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지고 있다. 현재의 지방행정구조로 21세기 비전으로 제시된 제주 국제자유도시를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적어도 제주도에 관한 한 현행 지방행정구조는 맞지 않다. 따라서 제주도와 산하 시군으로 돼 있는 행정구조를 단일화해 모든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주도를 특별도(혹은 특별시)로 개칭하고 이에 맞는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또 시군을 폐지해 행정구조를 ‘제주특별도(시)-읍면동’으로 줄여야 한다.

도시지역인 동의 경우 대동(大洞)으로 전환해야 한다. 인구 2만명이 넘는 동은 존치시키고 2만명 미만인 경우 지리적 인접성, 주민정서 등을 감안해 1개 동으로 통합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공무원 감축을 하지 않더라도 8∼12%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읍면동의 기능을 강화하면 단일자치구역 도입에 따른 대주민 서비스 미흡 등의 문제점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창의력 있는 지방자치 ‘제도 창출’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이다. 육지와 여러 여건이 다른 제주도는 더욱 그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고충석 제주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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