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택시기사 살해범 3년째 '안개'

  • 입력 2003년 7월 10일 2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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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 택시기사 살해사건 진범 논란이 제기된 지 10일로 한 달이 넘었으나 경찰의 수사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지 3년이 다 돼 직접적인 물증 확보가 쉽지 않은데다 검찰과 경찰도 수사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아 이번 사건이 진범 논란 속에 자칫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수사과정=전북 군산경찰서는 올 초 2000년 8월 발생한 익산 택시기사 유모씨(당시 42세)를 살해한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하던 중 지난달 5일 진범 용의자 김모씨(22)와 당시 그를 숨겨준 김씨의 친구 임모씨(22)를 긴급 체포했다.

용의자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택시기사를 살해했으며 임씨는 범행 직후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김씨를 10여 일간 숨겨 주었다고 각각 자백했다.

그러나 자백이외에 뚜렷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긴급체포 시한인 48시간이 만료됨에 따라 이들을 이틀 만에 풀어줬다. 하지만 경찰서를 나온 이들은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 용의자의 거주지 등에 대한 압수 수색을 벌이는 등 뒤늦게 물증 확보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임씨의 침대 매트리스에 남은 진범 용의자 김씨의 혈흔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DNA 검사 결과가 관심을 모았으나 지난달 30일 무위로 끝나 사건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 두 용의자를 ‘직접적인 물증 미확보’를 이유로 풀어 줬으나 현재 이사건 범인으로 복역중인 최모군(19)도 물증 없이 자백만으로 구속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중 잣대가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가족 및 인권단체 구명운동=2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천안소년교도소에서 2년 10개월째 옥살이를 하고 있는 최군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구명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최군은 최근 자신의 어머니 등에게 “경찰 수사과정에서 가혹 행위를 당했고 나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주지부가 재심청구를 포함한 변호 업무 무료지원을 검토하고 있고 지역 인권단체인 ‘평화와 인권연대’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민변측은 “현재 수감 중인 최군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경찰이 용의자 2명에 대해 영장을 신청하면 재심을 청구해 최군의 무죄를 입증할 계획”이라며 “무죄가 입증되면 국가배상 청구를 통해 최군의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보상받게 해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향후 수사=군산경찰서는 이른 시일 안에 지금까지 나온 정황 증거만으로 김씨와 임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건 발생 3년이 지나 물증 확보가 어려운 만큼 김씨와 임씨의 초기 범행자백과 참고인들의 진술 등을 근거로 검찰의 지휘를 받아 영장 신청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확정 판결이 난 사건을 직접적인 물증 없이 자백과 정황 증거만으로 재수사나 영장 신청을 하는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확정판결 사건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 물증이 나오지 않는 한 이번 사건의 진실규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군산=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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