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정싸움’ 때문에 안 만난다니

  • 입력 2003년 7월 10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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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외국방문을 마친 뒤 야당 대표와 회담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다.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자체가 국민의 나라 걱정을 덜어주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대통령 불인정’ 발언을 둘러싼 ‘감정싸움’으로 회담이 어려워지는 모양이다.

아무리 당원 모임이라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고 한 최 대표의 발언은 지나쳤다. 과반수의 국회 의석을 가진 정당을 이끄는 국정 책임의 분담자로서 대표 취임 후 다짐했던 상생(相生)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물론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야당의 당연한 권리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문제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이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비판이 아예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식의 비방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청와대가 최 대표의 발언에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또한 사려 깊은 자세가 아니다. 최 대표와의 회담과 관련해 “이런 상황에서 만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 청와대 관계자들의 격앙된 반응은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그렇게 해서 흐트러진 국정을 수습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자칫하면 말 한마디의 의미를 너무 확대해 야당에 대한 공격의 소재로 삼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더욱이 최 대표의 발언에 일부 공감하는 여론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북핵 문제는 풀릴 기미가 없고 경제도 위기 국면으로 치닫는 등 지금 나라 사정은 안팎으로 어렵다. 어제 귀국한 노 대통령은 하루빨리 최 대표와 만나 국민이 밝은 전망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두 사람에게 주어진 정치적 책무다. 노 대통령도 귀국 보고를 통해 여야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면 청와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국민만 피곤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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