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당원 모임이라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고 한 최 대표의 발언은 지나쳤다. 과반수의 국회 의석을 가진 정당을 이끄는 국정 책임의 분담자로서 대표 취임 후 다짐했던 상생(相生)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물론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야당의 당연한 권리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문제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이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비판이 아예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식의 비방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청와대가 최 대표의 발언에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또한 사려 깊은 자세가 아니다. 최 대표와의 회담과 관련해 “이런 상황에서 만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 청와대 관계자들의 격앙된 반응은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그렇게 해서 흐트러진 국정을 수습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자칫하면 말 한마디의 의미를 너무 확대해 야당에 대한 공격의 소재로 삼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더욱이 최 대표의 발언에 일부 공감하는 여론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북핵 문제는 풀릴 기미가 없고 경제도 위기 국면으로 치닫는 등 지금 나라 사정은 안팎으로 어렵다. 어제 귀국한 노 대통령은 하루빨리 최 대표와 만나 국민이 밝은 전망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두 사람에게 주어진 정치적 책무다. 노 대통령도 귀국 보고를 통해 여야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면 청와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국민만 피곤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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