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지배구조로 믿음주자"…중견기업 지주회사 잇따라

  • 입력 2003년 7월 6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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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 농심 녹십자 풀무원 등 알짜배기로 소문난 국내 중견 그룹들이 잇따라 지주(持株)회사 체제를 선택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투명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빚어낸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지주회사 설립 계획을 밝힌 이수그룹은 8월 중 기존 이수건설을 사업지주회사인 ㈜이수(가칭)와 이수건설로 나눠 올해 안에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계열사를 제외한 이수건설 이수화학 이수세라믹 등 16개 계열사가 자회사로 편입된다.

국내 식품제과업계의 강자인 농심도 이달 30일 순수지주회사인 ‘농심 지주회사’의 상장을 목표로 지주회사로 탈바꿈하려고 서두르고 있다. 지주회사 밑에 농심 율촌화학 태경농산 농심기획 농심ENG 등 7개 자회사를 편입하며, 지주회사의 농심 지분을 현재 15.26%에서 공정거래법이 정한 2년의 유예기간 안에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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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는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자회사의 주식가액이 지주회사 자산총액의 50%를 넘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회사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곧 조건을 충족시켜 순수지주회사인 ㈜녹십자를 출범시킬 예정.

올해 3월 지주회사 체제로 바꾼 풀무원은 강력한 사업지주회사인 ㈜풀무원이 29개 자회사를 거느리는 형태를 갖췄다. 기존의 생식품 부문, 건강생활 부문, 샘물 부문 등을 통합해 ‘풀무원 브랜드’를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었거나 전환을 준비 중인 그룹들은 매출규모 3000억∼1조500억원 정도의 중견 그룹으로 계열사 대부분이 흑자를 내는 우량기업이라는 것이 공통점. 이들 기업은 지주회사 체제를 선택함으로써 주주와 시장의 신뢰를 얻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임영재(林暎宰) 연구위원은 “중견 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를 선택하는 것은 사회의 투명성 요구에 발맞춰 기업지배구조가 변화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그러나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 기업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독립적인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의 활동 등 그 이상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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