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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들의 월드컵’…18개국 부랑자팀 내주 오스트리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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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들의 월드컵’…18개국 부랑자팀 내주 오스트리아서

입력 2003-07-04 18:58수정 2009-09-28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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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8개국 홈리스 팀과 축구 실력을 겨룰 뉴욕 홈리스 축구팀. 앞줄 왼쪽 끝이 코치 스테파니 퀸이며 이중 일부는 비자문제 등으로 출전하지 못한다.-사진제공 스트리트 사커

“우리도 축구로 한판 붙어보자.”

하늘을 지붕 삼아 길에서 떠도는 세계 각국의 홈리스들이 7일부터 13일까지 1주일 동안 월드컵 축구 경기를 펼친다. 18개국이 참가하는 첫 대회 무대는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동네축구장. 골키퍼를 포함해 4명의 선수가 18×12m짜리 콘크리트바닥 축구장을 전후반 7분씩 뛰는 미니축구다. 엔트리는 각 팀 8명이며 선수자격은 1년 이상 홈리스.

미국 대표인 뉴욕팀은 맨해튼의 거리신문 ‘빅뉴스’ 편집장 론 그룬버그(53)가 작년에 꾸려 지난겨울부터 맨해튼의 바룩칼리지에서 훈련을 해왔다. 홈리스들은 사회단체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거리신문’을 1달러씩에 팔아 음식을 마련한다.

그룬버그씨는 “전화도 주소도 없는 선수들을 훈련에 불러 모으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여권을 손에 넣는 것도 어려워 출국을 하루 앞둔 3일 현재 엔트리 8명에 두 명이 모자란다”고 전화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껄껄 웃는다. “선수는 4명만 있으면 되니까 우린 열심히 뛸 겁니다.”

뉴욕팀 선수들은 미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이민자 출신이 대부분. 페루 프로축구선수 출신 호세 히오프리오(41)는 뉴욕에서 마약에 빠져 수년간 길에서 지내다 축구로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해롤드 아로요(42)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푸에르토리코 국기를 가슴에 달고 링에 올랐던 슈퍼헤비급 복싱선수 출신. 그는 군부대 식당에서 일하다 동료를 때려 해고된 뒤 뉴욕에서 홈리스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둘은 비자문제나 건강상의 이유로 이번 대회엔 참가하지 못한다.

선수들을 지도해온 빅뉴스 전 여직원 스테파니 퀸은 “툭하면 싸우고 남의 물건에 손대기 일쑤인 홈리스들이 축구를 하더니 동료애가 생기더라”며 기뻐했다. 뉴욕팀은 이제 유명해졌다. 홈리스들이 축구를 통해 사회의 벽을 발로 차 없애버리겠다며 땀 흘리는 모습을 보고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이 잇따랐다. 케이블TV HBO는 홈리스 축구팀의 인간승리 드라마를 다큐멘터리로 찍고 있다.

25만달러를 모금해 첫 대회를 준비한 오스트리아의 베른하르트 울프 조직위원장(거리신문 ‘메가폰’ 편집장)은 e메일 인터뷰에서 “홈리스들의 가난, 실패와의 처절한 싸움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내고 홈리스들에게 도전정신을 심어주자는 것이 이번 대회의 목표”라고 말했다. 후원업체도 많고 언론의 관심도 커 매년 대회 개최에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예상.

같은 홈리스지만 승부에는 양보가 없다. 스페인팀은 세계적인 프로축구단 레알 마드리드의 호나우두로부터 드리블 훈련을 받았고, 잉글랜드팀 역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과 어울리며 축구 기술을 배웠다. 영국의 BBC, 독일 ZDF 등 10개국 TV가 현장에 설치해놓은 중계카메라 앞에서 이들은 하루 두 게임을 뛴다.

울프 위원장은 한국 홈리스팀의 참가에 관한 질문에 “거리신문 세계네트워크(INSP)에 신청을 하지 않아 참가팀이 없다”면서 “홈페이지(http://streetsoccer.org)에 내년 대회요강이 공고되면 거기에 맞춰 준비하면 된다”고 말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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