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 방만운영부터 개혁하라

  • 입력 2003년 7월 2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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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국회에 제출된 결산안이 왜 처음으로 부결됐는지 그 의미를 잘 헤아려야 한다. KBS가 국회 결정에 겸허한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유감을 표시하고 ‘공영방송 흔들기’라고 비판한 것은 사태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다. 진실과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공영방송으로서 바른 자세가 아니다.

이번 사태는 KBS의 방만한 운영에 대한 따가운 질책이었다. KBS측은 ‘공영방송의 결산 문제가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여야간 이해다툼의 결과로 부결처리가 됐다고 밝혔다. 이것은 잘못을 남에게 떠넘기는 일이다. 설령 야당이 당리당략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고 하더라도 KBS에 대한 국회의 결산심사 보고서를 보면 공영방송으로서 무사안일과 나태에 젖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그 한 가지는 긴급시 사용되어야 할 예비비 112억원을 직원 성과급으로 나눠준 사실이다. 1인당 연간 부가가치 생산액도 경쟁사의 50, 60% 수준에 불과했다. 이런 예들을 도외시하고 야당 탓을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비슷한 사례가 해마다 지적되어 왔으나 시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KBS는 지금이라도 과감한 경영 쇄신을 국민 앞에 약속하는 게 도리다.

이번 사태는 방송개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방송개혁을 전적으로 KBS에 맡겼을 때 과연 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한다. 최근 방송위원회는 KBS의 시청료 인상을 거론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영 상태로는 시청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결코 얻어낼 수 없다. KBS측은 공영성과 방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시청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현재로서는 인상을 위한 구실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MBC를 포함한 방송 전반의 구조를 개편해 방송의 공공성을 확보하자는 야당의 주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는 방송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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