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는 KBS의 방만한 운영에 대한 따가운 질책이었다. KBS측은 ‘공영방송의 결산 문제가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여야간 이해다툼의 결과로 부결처리가 됐다고 밝혔다. 이것은 잘못을 남에게 떠넘기는 일이다. 설령 야당이 당리당략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고 하더라도 KBS에 대한 국회의 결산심사 보고서를 보면 공영방송으로서 무사안일과 나태에 젖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그 한 가지는 긴급시 사용되어야 할 예비비 112억원을 직원 성과급으로 나눠준 사실이다. 1인당 연간 부가가치 생산액도 경쟁사의 50, 60% 수준에 불과했다. 이런 예들을 도외시하고 야당 탓을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비슷한 사례가 해마다 지적되어 왔으나 시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KBS는 지금이라도 과감한 경영 쇄신을 국민 앞에 약속하는 게 도리다.
이번 사태는 방송개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방송개혁을 전적으로 KBS에 맡겼을 때 과연 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한다. 최근 방송위원회는 KBS의 시청료 인상을 거론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영 상태로는 시청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결코 얻어낼 수 없다. KBS측은 공영성과 방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시청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현재로서는 인상을 위한 구실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MBC를 포함한 방송 전반의 구조를 개편해 방송의 공공성을 확보하자는 야당의 주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는 방송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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