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번엔 김영완 게이트인가

  • 입력 2003년 6월 27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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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건넨 양도성예금증서(CD)를 돈세탁해 준 김영완씨가 남북 비밀접촉에 관련된 정황이 있고 청와대가 나서 강도 피해 사실을 감춰 준 것으로 드러나 그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고조되고 있다.

박 전 장관이 싱가포르와 중국 상하이 베이징 등에서 북한 당국자와 4차에 걸친 접촉을 가졌을 때 박 전 장관과 김씨의 출입국 기록이 일치하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김씨가 1억원짜리 CD 150장을 돈세탁해 준 인물이기 때문에 박 전 장관과 4차례나 여행 목적지와 출입국 일자가 같은 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

돈세탁 전문가가 100억원대의 현금과 무기명채권을 집안에 보관하고 있다가 강도를 당한 경위도 의문투성이이지만 경찰이 이 강도사건을 수사하면서 유례없는 비공개 수사를 한 배경에 청와대의 그림자가 어른거려 더욱 수상하다. 김씨 집을 턴 강도들은 유치장에서 호텔로 출퇴근하며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강도범에 대한 호텔 수사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권위주의 정권시절에 수사기관이 정부 고위층을 호텔로 불러 조사하는 관행이 있었으나 민주화 이후에는 사라졌다. 호텔 비용 등 호화판 보안수사의 경비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도 의혹을 규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씨가 강도사건 신고를 경찰서나 파출소에 하지 않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사직동팀에 한 것도 돈의 성격과 관련해 미심쩍은 구석이다. 서울지방경찰청장, 경찰청 수사국장 등 경찰의 여러 라인이 움직여 “안쪽(청와대)과 관련된 사건”이라며 철통보안을 한 데도 심상치 않은 곡절이 있어 보인다.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김씨가 박 전 장관의 자금관리인이었을 가능성을 파고들어가다가 시한이 만료돼 수사를 중단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보더라도 경찰 기강과 관련한 감찰조사로 끝낼 일은 아니다. 여야는 150억원 현대비자금과 김영완 게이트의 진실을 밝히는 특검 발족을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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