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달러 약세 용인’ 발언으로 강한 달러를 포기했음을 공식화했다. 유럽과 일본은 자국 통화의 지나친 강세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고 ‘환율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작년 초 이후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24%, 엔화에 대해 12%가량이나 떨어졌다. 우리나라 원화도 예외는 아니어서 경제사정이 나쁜데도 달러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출품 제조업체들이 고통을 받게 된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현재의 ‘환율전쟁’은 나쁘게 말하면 자국의 경기침체를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것과 다름없다.
▷환율전쟁에서 홀로 비켜서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 위안화는 1달러에 8.28위안으로 사실상 고정돼 있기 때문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여도 피해를 보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해서는 가격경쟁력이 더욱 강해지는 혜택까지 본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 지난해에만 1031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는데도 한사코 고정환율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 물가에 어느 정도 부담이 오더라도 수출을 늘려 경제발전을 앞당기려는 전략이다.
▷유럽과 일본에 대해 달러 가치를 낮춘 미국이 중국을 그냥 보고 있을 리 없다. 미국 정부당국자뿐 아니라 업계까지 나서 중국에 무역보복 위협을 하면서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넣고 있다. 당초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3대 경제권에서 시작된 환율전쟁이 중국으로 파급된 것이다. 중국은 최근 “고정환율제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하지만 중국이 국제금융시장을 쥐고 흔드는 미국에 맞서 언제까지 현재의 고정환율을 고수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경제대국들의 환율전쟁 사이에 낀 한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팔자가 안 되기를 바랄 뿐이다.
김상영 논설위원 you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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