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最古 ‘조흥은행’106년만에 간판 내려

  • 입력 2003년 6월 20일 0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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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06년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된 조흥은행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다. 1897년 ‘한성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이후 한 세기 이상 한국 경제와 고락을 같이했다. 조흥은행이 광고 카피에서 ‘백년은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출범 초창기인 한성은행 시절에는 ‘당나귀 대출’로 유명했다. 당시만 해도 집이나 땅 등 부동산보다는 당나귀가 가장 흔한 담보였기 때문.

한성은행은 일제강점기에 몸집을 크게 불렸다. 일제가 전시 금융체제 구축이라는 명목 아래 금융기관 통폐합을 강행했기 때문. 이 과정에서 1943년에 동일은행과 통폐합을 했고 이때 은행 이름이 ‘조흥은행’으로 바뀌었다.

광복 후 성장을 거듭해 1966년에는 총 예금이 160억원에 이르는 등 국내 최대 은행으로 부상했다. 이후 30년 이상 국내 은행을 이끄는 ‘맏형’ 역할을 했다.

위기도 많았다. 1982년 이철희 장영자 부부 어음 편취 사건, 1983년 영동개발진흥 어음 부정 지급보증 사고 등으로 은행이 휘청거렸다. 1997년 이후에는 한보사태, 삼미그룹 도산, 기아그룹 부도 등 잇따른 악재로 공적자금 지원을 받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2000년 이후에는 잠시 흑자를 내면서 부활의 기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우 사태와 현대 사태 등으로 은행의 추가 부실 우려가 제기되면서 100년을 넘게 이어온 국내 최고(最古) 은행은 쓸쓸히 퇴장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맞았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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