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파 인터넷신문 'UpKorea' 산파역 안병영교수

  • 입력 2003년 6월 1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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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세대간 양극화 원심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특히 지식인 집단의 방관적 태도에 대한 자성이 컸어요. ‘인터넷 세대’에게 훈계가 아니라 진솔한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중도파 지식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인터넷 매체 ‘UPKorea’(가제) 창간을 주도해 온 안병영(安秉永·62·행정학) 연세대 교수는 창립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세대간 이념간 통합’을 추구하는 인터넷 매체의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것은 올 1월 중순. 한달에 한번 차를 마시며 세상 이야기를 나누는 ‘다우(茶友)모임’의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인근 한 호텔의 찻집에서 모였을 때였다.

각계의 중도 지식인이 대거 참여하는 인터넷 매체 ‘UPKorea’(가제) 운영위원인 연세대 안병영교수가 창간 배경과 지향점 및 향후 운영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변영욱기자

인터넷 매체의 ‘발기취지문’은 안 교수가 초고를 쓰고, 서울대 박세일 교수와 시민운동가 서경석 목사 등이 다섯 차례의 수정을 거쳐 완성했다. 이 ‘발기취지문’을 기초로 각계 인사 109명이 동참을 밝혔다.

발의자는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인사와 온건개혁적 시민운동가 등으로 창간준비위원이 모두 합의하는 인사로 구성했다.

‘UPKorea’는 한국사회를 깨우고(wake up), 기성 질서의 낡은 부문과 어두운 구석을 청산하며(clean up), 합리적 개혁의 길을 통해 보다 성숙한 사회를 지향한다(grade up)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안 교수는 “현재 한국의 큰 문제는 ‘이념과잉’ ‘정서과잉’”이라며 “노사갈등 경제악화 새만금개발 등 사회적 쟁점이 본질에서 벗어나 다양한 집단 이익의 갈등으로 표출되고 국정운영의 난맥상까지 겹쳐 민생을 압박하는 국가적 위기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국민통합적 정치리더십, 책임 있는 시민사회와 언론, 지식인들의 역할이 절실한데 서로가 한쪽 편을 들면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

그는 ‘UPKorea’가 진보적 인터넷 매체에 대항하기 위한 ‘보수 매체’라는 시각을 단호히 거부하면서 자신들이 지향하는 것은 ‘중도통합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일제강점기 ‘신간회(新幹會)’나 광복 직후 좌우갈등이 심화됐을 당시 좌우합작운동과 비견될 만한 시도라고 자부한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민주 대 반민주’의 치열한 대결구도 속에서는 중간지대가 존재할 여지가 없었어요. 서유럽의 경우 민주화의 노정 속에서 중도파가 전면에 등장해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성숙시켜 왔지요. ‘중도우파’와 ‘중도좌파’는 이념적 거리가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관용과 합의가 가능한 반면 한국처럼 ‘이념적 양극화’가 팽팽한 사회에서는 주요 쟁점을 힘겨루기와 선악대결로 몰아가며 ‘완승(完勝)’을 겨냥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상대방을 한결같이 ‘적과 동지’ ‘그들과 우리’로 바라보고 ‘극복의 대상’으로만 삼는 것입니다.”

그는 특히 ‘UPKorea’가 내세우는 ‘중도’란 한국사회 이념지도에서의 산술적 중간 지점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 나라의 ‘중심’과 ‘공동선(公同善)’을 추구한다는 원칙을 재천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UPKorea’는 ‘국민주 모금운동’을 통해 설립된다. 500명의 발기인들이 주식의 51% 이상을 가져 지배 주주가 되고 나머지는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

그는 “‘모든 글이 뉴스’라는 생각은 배제할 것”이라며 “전체 ‘조회수’보다 차세대 지도자나 대학원생,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조할 수 있는 ‘퀄리티 미디어’를 지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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