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 모습 생생" 서해 부상 李중위 복귀

  • 입력 2003년 6월 17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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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서해교전 당시 북한경비정의 공격으로 중상을 입었던 이희완(李凞玩·27·해사 54기) 중위는 17일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감격에 목이 메었다.

두 달전 전상 5급 판정을 받아 퇴역 대상이던 그에 대해 해군이 공훈을 인정, 군복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현역 복무 적합결정을 내린 것. 이에 따라 이 중위는 19일부터 해사 부설 해양연구소 연구원으로 복귀해 군인의 길을 계속 걸을 수 있게 됐다. 어릴 적부터 바다가 좋아 해사에 들어온 이 중위은 구축함 함장이 되는 게 꿈이었다.

"더 이상 함정 근무를 못하게 돼 아쉽지만 군인으로서 맡은 임무에 혼신을 다하겠습니다. 먼저 간 전우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요."

당시 해군고속정 357호의 부장이었던 이 중위는 서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경비정의 기습으로 정장인 고 윤영하(尹永夏) 소령 등 6명이 숨지고 18명이 중경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부하들을 독려해 필사의 반격에 나섰다.

"빗발치는 적탄에 쓰러진 전우들을 돌볼 겨를도 없이 모두 죽을 각오로 응사했죠. 오로지 NLL을 사수하겠다는 일념뿐이었습니다."

교전 직후 갑판에 쓰러진 이 중위는 몇 시간 전까지 가족과 월드컵 얘기로 웃음꽃을 피웠던 동료들이 싸늘한 시신으로 변한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며칠전 고속정을 타고 바다로 나가는 꿈을 꿨습니다. 꿈속의 전우들은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었는데…."

교전 당시 부상으로 그는 오른쪽 다리를 잃고 왼쪽 다리도 크게 다쳐 아홉차례의 수술과 재활치료 끝에 지금은 지팡이에 의지해 걸을 수 있을 만큼 회복됐다.

이날 전우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대전 국립현충원을 찾은 그는 "먼저 간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군인이 되겠다"면서 "2002년 6월 조국에 목숨을 바친 젊은 영령들의 존재가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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