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퓨릭 100만달러짜리 ‘8자 스윙’…US오픈 제패

  • 입력 2003년 6월 16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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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퓨릭(33·미국)은 연습그린에서 30분 가량의 퍼팅연습을 마치고 1번홀 티잉그라운드로 출발하기 전 한 초로의 남자와 한참 동안 포옹했다. 퓨릭의 등을 두드리는 그 남자의 표정은 간절했다. 누구일까. 그 궁금증은 몇시간 후에 풀렸다.

퓨릭이 3개홀을 남겨둔 상태에서 맞대결을 벌인 스티븐 리니(호주)와의 4타차 간격을 유지하며 사실상 우승을 굳힌 상황. 그 남자가 NBC-TV 현장 인터뷰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의 이름은 ‘마이크 퓨릭’.

바로 퓨릭의 유일한 골프스승인 클럽프로 출신의 아버지 마이크 퓨릭이었다.

16일 미국 일리노이주 올림피아필즈CC 노스코스(파70·7190야드)에서 열린 제103회 US오픈골프대회(총상금 600만달러) 최종 4라운드. 퓨릭은 역대 US오픈 최소타 우승기록과 타이인 272타(8언더파)로 생애 첫 메이저타이틀을 차지하며 108만달러의 우승상금을 거머쥐었다.

마침 이날(현지시간 6월15일)은 미국에서는 ‘아버지의 날(Father’s Day). 퓨릭으로서는 값진 선물을 아버지에게 한 셈이다.

2003 US오픈골프대회 1R 2R 3R 4R

퓨릭의 트레이드마크는 8자 스윙. 타깃라인 바깥쪽으로 백스윙한 뒤 다운스윙 때는 타겟라인 안쪽으로 끌어당겨 치는, 얼핏 보면 우스꽝스러운 이 스윙은 바로 퓨릭이 아버지에게 배운 것.

그는 우승인터뷰에서 “8자 스윙 때문에 나뿐 아니라 아버지도 비웃음을 많이 받았다”고 지만 우리는 흔들리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94년 미국PGA 정규투어 진출이후 97년만 제외하고는 지난해까지 매년 1승씩, 7승을 거뒀지만 동료프로들 조차도 그의 스윙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생애 첫 메이저대회 정상 등극인 이번 US오픈 우승으로 그동안의 설움을 말끔히 날려버렸다.

퓨릭은 또 이번 대회에서 장타자가 득세하는 요즘 골프판도에서 단타자도 정교한 아이언샷과 섬세한 퍼팅만 받쳐주면 얼마든지 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를 수 있음을 입증했다.

2003US오픈골프 최종 성적
순위선수스코어
짐 퓨릭-8272(67-66-67-72)
스티븐 리니-5275(67-68-68-72)
케니 페리-1279(72-71-69-67)
마이크 위어-1279(73-67-68-71)
저스틴 로즈0280(70-71-70-69)
프레드릭 야콥손0280(69-67-73-71)
데이비드 톰스0280(72-67-70-71)
어니 엘스0280(69-70-69-72)
닉 프라이스0280(71-65-69-75)
○20타이거 우즈+3283(70-66-75-72)

퓨릭의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는 277.6야드로 140위. 하지만 드라이버샷 정확도는 5위(76.4%), 아이언샷 그린 적중률 13위(70.3%), 홀당 1.73개의 퍼팅실력도 상위권인 26위를 마크하고 있다. 또 그의 평균타수 69.28타는 우즈(68.44타)와 마이크 위어(69.08타)에 이어 당당히 3위.

그는 이러한 정교함을 바탕으로 올 시즌 14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10차례 진입하고 그중 7차례나 ‘톱5’에 입상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드라이버샷 가운데 70%를 폭이 15∼25야드에 불과한 ‘개미허리’ 페어웨이에 안착시키며 악명높은 러프를 무사히 벗어났고 아이언샷도 74%가 그린을 적중했다.

한편 대회 2연패에 도전했던 '골프황제' 우즈는 이날도 2오버파 72타로 부진, 공동20위(3오버파 283타)에 그쳤다.

올림피아필즈(미국 일리노이주)=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US오픈 4R 이모저모

○…짐 퓨릭과 스티븐 리니가 ‘챔피언조’로 맞대결을 벌이던 US오픈 4라운드 11번홀(파4) 그린에 상반신을 모두 드러낸 한 여성 스트리커가 등장.

퍼팅을 준비 중이던 퓨릭에게 장미꽃을 전달하려던 이 여성은 곧바로 경찰에 인계돼 풍기문란 혐의로 입건될 전망. 퓨릭은 우승 인터뷰에서 “상의를 벗은 여자가 눈깜짝할 사이에 보안요원을 제치고 내 뒤에 와 있었다. 다시 플레이에 집중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

한편 이날 최종 4라운드는 ‘골프황제’타이거 우즈가 우승권에서 이미 탈락해서인지 전반적으로 산만하고 김빠진 분위기속에서 치러졌고 우즈가 없는 ‘챔피언조’의 경비도 평소와 달리 허술했다.

○…한 갤러리의 휘파람 소리에 놀라 3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비제이 싱(피지)은 이후 자제력을 잃고 8번홀부터 6연속 보기 등 9개의 보기를 범하며 침몰.2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몰아칠 정도로 샷감각이 좋았던 싱은 이날 자신보다 5타 앞선 채 출발한 짐 퓨릭과 우승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으나 한순간에 무너져 지켜보는 갤러리들을 안타깝게 했다. 한편 싱은 경기 직후 기자들의 공식 인터뷰 요청도 거부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올림피아필즈(미국 일리노이주)=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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