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집 이야기'

  • 입력 2003년 6월 13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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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프랜차이즈 빵 가게인 ‘그레이트 하비스트 브레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는 핵무기가 아니라 통밀빵을 만들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우리는 빵을 통해 선함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예지
특이한 프랜차이즈 빵 가게인 ‘그레이트 하비스트 브레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는 핵무기가 아니라 통밀빵을 만들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우리는 빵을 통해 선함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예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집 이야기/톰 맥마킨 지음 박여영 옮김/288쪽 1만1500원 예지

1976년 6월 미국 몬태나주 그레이트폴스에 작은 빵 가게가 문을 열었다. 코넬대를 막 졸업한 피트와 로라 웨이크먼 부부가 200달러를 들여 개업한 빵집 이름은 그레이트 하비스트. 통밀가루와 소금 물 이스트, 약간의 당분만 들어가는 단순한 빵을 만드는 가게였다. 이들은 창고에 묵혀둔 밀가루가 아닌, 가게 한 구석에서 매일 새로 갈아낸 밀로 빵을 만들었고 빵은 만들기 무섭게 팔려나갔다. 사람들이 찾아와 빵 가게를 내게 해달라고 졸랐다. 부부는 프랜차이즈를 만들었고 이 회사는 창립 25년 만에 미국 전역에 140개 점포를 두고 1년에 6000만달러(약 7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발전했다.

빵 가게를 통해 비춰본 일과 삶의 행복비결을 소개한 이 책은 두 개의 씨줄 날줄로 엮어졌다. 통밀빵 제조 프랜차이즈인 그레이트 하비스트 브레드의 독특한 회사운영방식과 성공전략, 일 가정 영혼이 조화를 이루는 단순한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는 것.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새겨둘만한 유익한 조언과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삶에 대한 조언을 두루 얻을 수 있다. 한마디로 ‘느리게 살아가기’와 ‘느리지만 확실히 성장하기’를 알려준다.

애당초 피트 부부가 빵 가게를 연 이유는 소박했다. ‘우리가 바란 건 몬태나에 머무르면서 하이킹도 하고 침낭에서 자는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버는 것이었죠. 그리고 이 모든 일은 다 이루어진 거예요.’

이 책은 창업주뿐 아니라 프랜차이즈에 참여한 사람들이 마치 공동체처럼 같은 목표 아래 뭉쳐 각기 자신들의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 목표는 사훈에서 엿볼 수 있다. ‘편안하게 즐길 것. 경이로운 빵을 만들 것. 고객을 위해 달려갈 것. 강하고 즐거운 빵 가게를 만들 것.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넉넉하게 베풀 것.’

그레이트 하비스트는 수익보다 넉넉한 마음을 소중하게 여긴다. 누구든 가게에 가면 커다랗게 자른 빵 조각에 꿀과 버터를 듬뿍 발라 먹을 수 있다. 시식용 샘플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온 선물이라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빵은 위안을 주는 음식이자 슬로 푸드다. 오븐에서 방금 꺼낸 빵의 온기와 구수한 냄새는 따끈한 밥 같은 가정의 상징. 이들은 바로 가정의 온기와 냄새를 전해주고자 한다.

사업목표가 남다른 만큼 성공의 핵심 요소도 색다르다. 이 회사는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일하지 않기’ ‘절대 빚지지 않기’ ‘지탱할 수 있는 만큼만 성장하기’ 등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튼실한 회사로 성장했다.

비결은 이렇다. 먼저 자유가 이 회사의 경쟁력. 프랜차이즈라지만 지정된 곳에서 재료를 구매하고 회사 로고를 다는 것 빼곤 점주 마음대로다. 지점 중 똑같은 곳은 없다.

점주를 고르는 기준도 특이하다. 돈을 벌기보다 시간을 얻기 위해 일하는 사람, 자신에 대한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을 선택한다. 그런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을 돌볼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또 월급은 후하지만 개인 인센티브제도는 거부한다. 돈만 보고 일하는 종업원들은 일 자체에서 만족을 얻고자 하는 종업원들보다 처진다는 것.

‘평범한 일상이란 기적의 총합…완벽하게 평범한 그런 나날을 사랑하고 경외하라’ ‘일을 하는 건 인생을 살 만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삶에서 감사할 만한 것은 많다’는 등 빵 가게에서 배우는 행복한 삶을 위한 비결도 빛난다.

좋은 삶과 일의 성취는 양립할 수 있을까. 책장을 덮고 나면 ‘그렇다’는 대답이 나온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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