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제주'사디즘'발언 정치권 논란

  • 입력 2003년 6월 13일 12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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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통령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사디즘 수준까지 갔다"고 발언한데 대해 한나라당이 13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문 실장은 12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전국임원 세미나에 참석, '참여정부 개혁 방향'이란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실장은 "대통령이 언론을 죽이자고 생각하면 방법이 얼마든지 있고 발톱도 있다. 당장 세무사찰도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안 하겠다는 것 아닌가. 지금같은 대명천지에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홍희곤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 정권 실세들과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언론에 대해 갖고 있는 증오심과 강박증이 이 정도까지인 줄 차마 몰랐다"며 "총체적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할 생각은 않고 언론을 죽일 궁리나 하고 있는 청와대라면 아예 없는 것이 낫다"고 비난했다.

△문 실장 발언 내용= 문 실장은 "역사의 주체세력은 말할 것 없이 대통령"이라면서 "충분히 자격을 갖춘 분이 됐는데 요즘 너무 우습게 대통령 귀한 줄 모른다. 시도 때도 없이 건드리고 한마디마다 흠집 내고 묘한 '사디즘(남을 괴롭히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은 이상한 것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의 상징성을 우습게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고 생각한다. 딸 귀한 줄 알고, 대접하고 잘 키워야 시집 가도 대접받고 잘 산다. 강아지도 발로 차면 남도 찬다. 하물며 대통령인데…"라면서 "우리 대통령 우리가 대접해야 당당해지고 외국 가서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최근 한·미,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겨냥, "세상에 이런 게 어디 있나. 남(외국)들은 다 평가하는데… 근데 안(국내)에만 들어오면 막 짓밟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단군 이래 이만큼 비판의 자유가 인정된 적이 있었느냐. 한번도 없었다"고 자문자답하면서 기자들을 향해 "'노(NO)'라고 할 수 있는 자유… 동아투위 다 어디 갔나… 지금 그런 게 있어요?"라고 반문했다. 기자들이 과거처럼 회사의 잘못된 편집방침에 저항하지 못한다는 힐난이었다.

문 실장은 "외국 언론은 이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외국은 안보·외교 문제는 안에서 비판하다가도 어느 날 하나로 뭉치는 걸 여러 번 봤다"고 한 뒤, 성경구절을 인용, "(새 정권은) 처음에는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세미나에 참석한 월간 '정토(淨土)' 발행인인 법륜(法輪) 스님은 "문 실장이 말하는 참여정부의 희망과 미래에 동감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언어가 공중에 늘 떠 있어 공허한 것 같다"며 "야당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들어줄 것은 들어주며 조율해야 해결책이 된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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