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車 이종대회장 "대우車 해외법인 매각 늦어질듯"

  • 입력 2003년 6월 10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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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명, 100만명….”

이종대(李鍾大·62·사진) 대우자동차 회장 겸 법정관리인. 그는 2000년 10월 취임 이후 지난해 4월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최종 계약서에 서명할 때까지 난관에만 부닥치면 ‘100만’이란 숫자를 몇 번이나 되뇌었다고 한다. 대우차, 부품업체, 정비업체 등 대우차 관련 업체 직원과 가족을 모두 합치면 100만명이 되기 때문.

지난주 법원에 사표를 제출한 이 회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출입기자들과 고별 인터뷰를 겸해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매각 협상 과정에 대해 물었다.

“매각작업은 시간과의 처절한 싸움입니다. 2000년 말 이미 대우차 부품업체 50개가 부도났어요. 매달 5, 6개 업체가 추가로 부도상황에 몰렸지요. 이렇게 6개월만 지나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결국 정리해고(1700명)를 단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슴이 아픈 일이지요. 그러나 나 아닌 딴 사람도 대안이 없었을 겁니다.”

이 회장은 당시 일각에서 제기됐던 헐값 매각 논란과 관련해 “장사꾼은 다르다. 절대 손해가 나는 거래는 하지 않는다. 만약 임원들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는 거래를 하면 그쪽 주주들이 가만두지 않는다”는 말을 몇 차례나 강조했다.

포드자동차가 도중에 대우차 협상에서 발을 뺀 것도 밖에 알려진 것처럼 ‘미국 내에서 잇따른 차량 전복사고 여파로 재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

“당시 대우차는 매달 500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어요. 오늘 회사를 인수하면 다음달부터 이런 손해를 보는데 누가 인수하겠어요? 당시 노사관계도 험악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포드가 물러났다고 생각해요.”

이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영업이익 달성’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인원 감축 등으로 비용을 1조원 정도 줄여 2001년 4월에 첫 영업이익이 발생하자 GM 본사가 대우차에 ‘의미 있는’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그는 기아자동차가 부도났을 때에도 기획총괄사장으로 매각작업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구조조정 전문가’인 셈. 이 때문에 그에게 하이닉스 반도체 처리방안을 묻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밖에 있는 저가 깊이 보기는 힘들어요. 결국 안에 있는 사람들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다만 외환위기 직후 금융권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졌는데 당시 기업구조조정을 동시에 했으면 공적자금을 절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전 세계에 있는 대우차 해외법인 매각은 좀 지연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

“동유럽권의 경우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참여한 데가 많아 감원 이야기만 나오면 난리가 납니다. 결국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쪽 정부들도 ‘이제는 더 이상 안 되겠다’고 판단하면 달라지겠지요.”

경제학박사인 이 회장은 연세대에서 겸임교수로 발령받아 2학기부터 국내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론’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다. 시간이 생기면 아코디언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겠다는 꿈도 버리지 않고 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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