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공방은 '옷로비' 再版?

  • 입력 2003년 6월 6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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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들이 얽힌 ‘땅’ 공방을 지켜보면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에 터졌던 ‘옷 로비사건’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닮은 꼴’이라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 공통점은 두 사건 모두 정권 출범 초반에 터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옷 로비사건은 김대중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1999년 5월 언론 보도를 통해 촉발됐고, ‘땅 사건’은 노무현 정부 출범 100일도 안돼 불거졌다.

옷 로비사건은 국회 청문회와 검찰 수사를 거쳐 특별검사로까지 이어졌다. 이 때문에 김대중 정부의 정국 장악력이 급속히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땅 사건 공방이 계속되면서 출범 100일을 맞은 노 대통령의 지지도엔 ‘빨간불’이 켜졌다.

두 사건에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 재계 인사들까지 관련돼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옷 로비사건엔 김태정(金泰政) 당시 법무장관의 부인 등 고관 부인들이 주연으로 등장했고, 최순영(崔淳永) 전 신동아회장 부인 등 재계측 인사도 연루됐다. 구명(救命) 로비의 타깃으로 대통령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의 이름도 오르내렸다.

땅 사건엔 노 대통령을 포함해 친형인 건평(健平)씨 등 친인척은 물론이고 전 후원회장과 대통령 핵심측근, 기업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대통령이 언론에 대해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낸 것도 닮았다.

김 전 대통령은 99년 6월1일 러시아 방문 후 귀국 기자회견에서 “(옷 로비사건과 관련해) 잘못이 없는데도 (언론이)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론에 불만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도 2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흔히들 있는 일상적인 거래 내용을 놓고 마구 의혹만 제기하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느냐. 나는 신문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건이 여권 내부의 파워게임설로 옮아가는 양상도 비슷하다.

옷 로비사건에서는 처리방향을 놓고 당시 김중권(金重權)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정길(金正吉)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갈등을 빚었다. 현 정부에선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비롯한 여권 내 ‘부산인맥’과 안희정(安熙正)씨 등 ‘386측근’들간의 불화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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